헤어진 시공사에게 얼마나 줄까?(4)

2024-11-06     윤영환 대표 변호사

민법 제673조에 따른 이행이익 손해배상금액 산정 시 적절한 감정 방법에 대한 의견

헤어진 시공사에게 얼마까지 줘야 할지, 3부에 이어서 살펴보자. 

먼저 정비사업은 민간공사이다. 민간공사인 정비사업에 관급공사인 ‘조달청 종합심사낙찰제 입찰공사의 해당년도 평균낙찰률’을 적용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참고로 하급심은 정비사업에 위 평균낙찰률을 적용한 것이 부당해보이는 측면이 있기는 하나 통계적인 낙찰률을 참고한 것일 뿐이라 타당한 측면도 있다고 보아 그 적용을 인정한 사례도 있고, 위 평균 낙찰률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시공사의 주장에 대하여 낙찰률의 기준을 정할 어떠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 사례도 있다. 

또한 이행이익 손해배상 감정 시에는 표준품셈 등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로부터 타 현장에 납품하는 규모, 자재 단가 등을 제공받아 이를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적어도 표준품셈 등을 적용하지 아니한 항목에 대하여는 위 평균낙찰률을 적용할 이유를 더더욱 찾기 어렵다. 

시공사가 입찰 당시 제시하는 도급계약금액은 공사 과정 전반에 걸쳐 가장 저렴하게 책정된 공사대금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수주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공사는 본계약의 협상 과정에서 공사대금의 증액을 조합에게 요구한다. 가계약과 본계약 체결 시점 사이에 간격이 크고, 그 사이에 공사원가가 크게 상승하여 가계약 금액으로는 도저히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점이 주된 논거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방법들로 감정이 진행된다면, 가계약상 도급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시공사가 공사를 이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시공사에게 ‘이익’이 발생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감정 결과가 정말 신뢰할만한 것이라면, 시공사는 본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굳이 공사대금을 증액할 이유가 없다. 감정에 의한다면 가계약에서 정한 금액대로 공사를 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공사원가의 상승으로 도급계약금액의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시공사의 주장이 거짓이거나, 감정 결과가 타당하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이행이익 손해배상 재판에서 이루어지는 감정이 이렇게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기업인 시공사가 공사를 완료할 경우 반드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기업인 시공사도 공사를 완료하더라도 이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 공사도급계약을 수주할 당시 사업 분석에 실패하여 도급계약금액이 너무 낮았다거나, 다소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전략적으로 수주하였거나,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예정 공사기간에 공사원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등이 그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업이익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감정방법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실행공사원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관급공사에나 적용할 평균 낙찰률을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

헤어진 시공사는 조합의 사정을 더 이상 봐주지 않는다. 막대한 인지송달료가 발생하더라도, 조합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그 금액이 매우 크기 때문에, 소송 결과가 조합에게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이에 합리적인 감정 방법의 정립이 절실하다. 물론 시공사의 입장에선 배신감이 상당할 것이라는 점은 이해가 간다. 그래도 손해배상금액은 합리적으로 산정된 금액이어야 할 것이고, 합당한 이유 없이 시공사에게 폭리를 취하게끔 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 공사를 계속할 경우 손실이 발생할 것이 분명함에도, 오히려 시공사에게 이익이 발생한다는 감정만 나오고 이를 그대로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진다면, 시공사는 딱 귀책사유가 되지 않을 만큼, 불성실하게 사업을 수행하며 조합의 공사도급계약의 해제·해지를 유도할 것이다. 차라리 해지를 당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합리적인 감정 방법이 무엇인지 의견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