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 현금청산자의 정비사업비 분담

2021-06-04     이민경 변호사

대부분의 재건축조합은 ‘조합원이 분양미신청 등의 이유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는 경우 조합은 해당 조합원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 사용된 정비사업비를 종전자산비율로 공제하고 청산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정관을 두고 계실텐데, 가능한 한 빨리 정관을 손보셔야 할 것 같다.

법원은 그동안 정관, 총회 결의,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약정 등으로 미리 정한 경우 재건축조합은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 일부를 부과하거나 현금청산자에게 지급해야 할 청산금에서 이를 공제할 수 있다고 보아왔다. 재건축조합은 재개발조합과 달리 조합설립에 동의한 자만 조합원이 되므로 자기결정의 원칙에 따라 조합원이었던 기간 동안의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키는 것이 크게 부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재건축조합 실무에 제동을 거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대법원 2021.4.29. 선고 2017두48437 판결). 위 판결은 재건축조합 정관이 ‘조합원이 분양계약기간 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 분양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다음날을 현금청산기준일로 하여 그 동안 투입된 사업비용을 공제하고 현금청산금을 지급받는다’고 정한 것과 관련하여 “단순히 현금청산 대상자가 받을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 등을 공제하고 청산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정관의 조항만으로는 현금청산금에서 사업비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사업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 없다”며 “정관으로 현금청산 대상자에게 정비사업비 중 일정부분을 부담하도록 정하는 경우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손익을 조합원이 부담하게 되는 재건축사업의 특성과 현금청산대상자가 정비사업의 종료 이전에 조합관계에서 탈퇴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 비용항목과 금액은 탈퇴시점에서 현금청산대상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 범위 내의 합리적 비용만을 한정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재건축조합이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를 분담시키는 것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고 분담기준은 좀 더 구체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하며 정비사업비 중에서 현금청산자를 위해서도 쓰여진 비용항목을 가려내야 한다는 취지다.

정비사업비는 사업의 성과를 위한 비용이므로 그 사업시행으로 인한 수익을 취득하는 조합과 그 수익을 배분받기 위하여 사업에 계속 참여하는 잔존 조합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다. 또 잔존 조합원은 정비사업비가 분양수입을 초과한 경우에 한하여 정비사업비를 부담하는 반면 현금청산자는 정비사업비가 분양수입을 초과하는지와 무관하게 우선적으로 정비사업비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 판결은 매우 타당하다. 이제 재건축조합은 현금청산자에게 분담시킬 수 있는 타당하고 합리적인 범위 내의 비용항목과 금액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를 정관에 반영하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