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시정비협회(이하 한정협)는 지난 2010년 8월4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4조의4 및 동법 시행령 제66조의4에 의거해 설립된 정비사업 관련 최초의 법정단체이다. 한정협의 전신인 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는 도시정비법이 시행된 해인 2003년 12월9일 창립총회를 갖고 이듬해인 2004년 6월23일 사단법인으로 전환됐다. 한정협은 사단법인 시절부터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전문화와 정비사업의 건전한 육성발전을 도모하며, 주거환경 개선을 통하여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공익에 이바지 한다”는 설립목적 달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정부의 규제로 인해 정비사업이 침체되면서 한동안 활동에 어려움을 겪던 한정협이 최근 변화의 기회를 찾았다. 지난 11월16일 임시총회에서 회장을 비롯한 신임임원을 선출하며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것. 이날 총회에서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이승민 회장(오엔랜드이십일 대표이사)을 만나 한정협의 비전을 들어보았다.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 간단하게 당선소감을 밝힌다면=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한때 전국적으로 600곳 가까이 되던 정비업체들이 현재는 300곳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경쟁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된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계속되면서 인위적으로 시장에서 밀려났다. 우리 협회는 사단법인 시절부터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지만 결론적으로는 힘에 부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침체된 정비사업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활성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회원사를 비롯한 정비업계가 나를 비롯한 협회 신임임원들에게 맡긴 책무라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이 상당히 많을텐데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현재 정비사업전문관리업 관련 단체가 우리 협회와 대한도시정비관리협회(이하 대정협)로 양분돼 있다. 두 개의 협회를 하나로 통합, 명실상부한 정비업체들의 대표기구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협회통합을 위해 그동안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고 올 초에는 양 협회가 협회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통합총회 일정까지 합의했었다. 통합협회 임원 입후보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대정협이 철회하면서 무산됐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비업체들이 협회통합을 염원하고 있다는 것을 두 협회의 임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협회통합이 없이는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정비업체들의 회생과 발전은 요원하다. 정비업체들의 고통과 경영악화를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도 협회통합은 우리에게 맡겨진 지상명제라 생각한다.

▲협회통합 외에 2019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사실 풀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은데 아쉽게도 한 번에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단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현실적으로 풀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갈 생각이다. 그중에 하나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록기준 현실화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정비업체는 전문인력을 5명 이상 갖추되 법무법인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 최대 2명까지 완화된다. 문제는 △건축분야 기술사나 특급기술사 △감정평가사·공인회계사 또는 변호사를 최소한 각 1명 이상 확보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인력은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사업주체인 조합이 필수적으로 선정하는 협력업체와 중복된다. 즉 정비업체에서 강제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도시정비법 시행령 별표4 가목4)에 규정하고 있는 인력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 인력은 아무리 많이 보유하더라도 2명까지만 인정된다. 이처럼 현재의 규정은 지나치게 외형적인 전문가 요건에 맞춰져 있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해당 기술인력 구성요건으로 등록기준이 변경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정비사업전문관리자(기술인력)에 대한 국가공인 자격증제도 도입도 시급하다. 정비업체의 광범위한 업무지식 습득과 활용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종사인력 인정기준에는 최소 5년 이상 정비사업 관련업무에 종사하면서 사업성 분석,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청산 등의 업무를 수행한 자를 기술인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업무는 사실상 정비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수행해야만 가능하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관련 업무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추더라도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전문인력으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정비사업 종사자들이 전문성을 키우고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도 국가공인자격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정협회 출범 직후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정보종합체계 구축과 정비사업 종사자에 대한 교육사업도 실시한 바 있는데=정보종합체계와 종사자 교육은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것들이다. 정보종합체계는 우리 협회가 국토부의 재정지원 없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했었다. 하지만 정보종합체계에 담겨야 할 정보제공 사항이 의무가 아니다보니 정비업체들의 참여가 극히 미진했다. 또 구축 이후 제반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아 결국 실효를 거두지 못했는데 이번에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일단 각 업체들이 공개하는 정보에 대한 통일성을 제공하고, 형식적인 공개가 아닌 각 이해 당사자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정보공개를 통해 투명한 정비사업 환경 조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정비사업자 등록기준은 지나치게 외형적이고 형식적이어서 흔히 말하는 ‘페이퍼컴퍼니’의 탄생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자격 미달 업체들의 등장이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과당경쟁, 저가경쟁의 원인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부정과 비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된다.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정보종합체계의 구축 운영과 정보제공 의무화가 필요하다. 교육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정비사업은 그 절차가 복잡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만큼 해당업무를 수행하는 업체의 직원 및 종사자들에 대한 전문교육이 꼭 필요하다. 정비업체 임직원 및 조합(추진위) 임원 등에 대한 교육 의무화의 필요성을 정책당국에 강력하게 요구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비업체는 물론 시공자와 조합(추진위) 등 정비사업 관련자들의 부정과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근절 방법이 있다면=부정과 비리가 어디 정비사업에만 존재하겠는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열심히 정비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일부 부도덕한 사람들의 일탈을 정비사업 전반에 만연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부당하다. 물론 정비업체를 비롯한 정비사업 종사자들의 자정 노력과 투명성 강화 노력은 지속적으로 돼야겠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 협회장 당선 직후 국토부 주무부서와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는데 정비사업을 ‘적폐’로 보고 있어 깜짝 놀랐었다. 정비사업이 처한 현실이 이처럼 위태롭다. 정비사업과 정비업체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세세히 설명하고 개선방안을 건의했고 주기적인 미팅을 통해 정비사업이 긍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당국 및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회원사를 비롯한 정비사업 종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정비사업에 대해 정책당국은 물론 세간의 인식이 극히 부정적이 된 데에는 법률과 제도의 미비로 인한 것도 있지만 정비사업 종사자들이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법률과 제도 개선 노력만큼이나 정비사업 종사자들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정비사업은 가용택지가 부족한 도시에서 양질의 신규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노후화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이다.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앞장서서 노력하는 것이 현재 겪고 있는 침체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라고 본다. 우리 협회가 자정노력에 앞장서고 정비사업의 발전과 종사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테니 많은 관심과 격려, 참여를 꼭 부탁드린다.

박노창 기자 par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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