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3구역이 ‘방배아트자이’로 탈바꿈했다. 지난 2009년 12월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아 재건축을 시작한지 약 9년만이다. 정비구역 지정 당시(2007년)부터 계산하면 11년이 지났다. 이미 강산이 변하고도 남은 시간이지만, 손달익 방배3구역 재건축 조합장에게는 말 그대로 유수와 같은 세월이었다.


방배3구역은 방배동 단독주택 지역에서는 재건축을 통해 처음으로 아파트가 들어선 곳이다. 이달 말이면 입주가 시작된다. 먼저 재건축을 시작한 인근 구역들보다 사업이 빠르게 진행됐고, 사업성 측면에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고도, 환급금을 받을 정도다. 그럼에도 손 조합장은 뒤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자식에게 모든 걸 주고도 미안하다고 말하는 부모와 같은 마음처럼 느껴졌다. 그런 손 조합장에게 공사 현장을 지나던 한 노신사가 인터뷰 도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아파트 차~암 잘 지었다”고.

▲입주자 사전점검을 마쳤다. 예비 입주자들이 아파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입주자 사전점검은 내가 살 집에 대한 잘못된 점을 찾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한 일이다. 아직 아파트가 완공이 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작은 문제들이 있다. GS건설도 예비 입주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요구 사항을 검토하고,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단지 전반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셨다. 단지가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조경이나 편의시설 등에서는 최고의 품질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입주민들이 안심하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입주 날짜에 맞춰 완벽한 시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합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파트를 건설하는데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아파트는 단순히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문화, 경제, 예술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공간이 되고 있다. 따라서 외관이나 마감재뿐만이 아니라 입주민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차원을 넘어 삶의 풍요로움과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조합에서는 아파트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최고 수준의 품질로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을 했다. 주민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평면 구성은 물론 조경, 커뮤니티시설, 공원, 편의시설 등에서 강남의 대규모 단지와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고 본다. 비록 규모가 크지 않지만, 아파트의 품질로 승부하는 단지로 평가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매일 현장을 돌면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부실 공사 여지가 있는 곳에 대해 감독하고 있다. 

▲단지 곳곳에 조경이 눈에 띈다. 중앙 공원을 비롯해 단지 내에 다양한 조경 공간이 설치되어 있는데=단지 내에 높은 담 대신 나무나 낮은 식물을 심어 최대한 개방감을 확보했다. 콘크리트 담장 대신 나무와 숲이 그대로 담이 되는 셈이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높은 담장을 설치하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오히려 담장으로 인해 사각지역이 생기고, 범죄가 발생하는 곳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 단지에는 담장을 최대한 배제하고, 개방을 통한 시각 확보로 범죄를 줄이는데 집중했다. 특히 단지 내에 어울리는 최고급 나무를 찾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아가 목재를 구했다. 전국에 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조경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방배아트자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면역공방’이다. 다소 생소하기도 한데 어떤 시설인지=면역공방은 파동석이란 천연 광물을 이용해 독소를 배출시키고, 면역력을 높이는 힐링공간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 중 하나로 파동과 원적외선수치가 높아 말 그대로 ‘파동석’으로 불리게 됐다. 이미 명동과 여의도, 광명, 분당 등에서 매장이 있는데 비싼 비용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기존에 실제 이용했던 경험이 있는데, 몸에 있던 멍울이 줄어드는 등의 효과를 봤다. 단지 내 면역공방을 설치하면 입주민들이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입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추진하는 위원장, 조합장들이 대부분 힘든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얽혀있는 사업이다 보니 각종 유언비어와 음해, 심지어 고소·고발이 이뤄지기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수많은 고소·고발을 당했다. 물론 단 한건도 유죄가 결정된 것은 없다. 조합장이라는 자리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이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불만이 있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결국 조합장은 결과로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해왔기에 지금은 조합에 불만이나 반대를 하는 사람이 없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보람을 느낀 경우도 있지 않나=재건축사업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사업단계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진다. 조합이 최선을 노력을 다하지 않거나, 충분한 검토 없이 조합원들의 결정만 기다린다면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동안 조합원들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물론 조합원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주장한 시공자와의 지분제 대신 도급제로 계약한 것으로 최소 200억원 규모의 이익이 발생했다. 인근 구역의 지분제 방식대로라면 시공자가 최소한 200억원을 가져가는 것으로 계산됐기 때문이다. 또 남들이 미분양을 우려해 반대했던 높은 분양가로 이익을 높인 것과 이주비 금융비용, 법인세 절감 등을 포함하면 600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본다. 이런 수익을 통해 조합원들의 부담금을 최소화시켰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아직 입주와 조합 해산, 청산 등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10여년간 사업을 추진하면서 익힌 전문성과 노하우를 활용할 방법은 없나=사업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진행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업을 몰라서, 혹은 사소한 잘못만으로도 조합장을 바꾸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도 조합 임원에 대한 해임절차는 쉽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하우와 전문성이라는 것은 저절로 익혀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노력과 공부, 경험이 필요하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배운 전문성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 아깝긴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구역에 조합장을 하라고 한다면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동안 사업을 추진하면서 너무 힘든 일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조언이나 컨설팅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재건축 선배로서 다른 구역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사업을 몇 년 추진하다보면 재건축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나 역시도 사업 과정에서의 오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조합장이 모든 걸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건설업을 해왔지만 재건축은 또 다른 전문성과 관리, 감독을 요하는 사업이다. 특히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최대한의 개발이익을 안겨줘야 할 의무가 있는 자리다. 하지만 많은 조합들이 몰라서, 혹은 어떤 선택이 현명한지를 판단할 수 없어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직접적으로 건설사와의 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해 공사비 협상에 우위를 점하거나, 조합의 법인세를 절세하는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건설사가 수십년 됐다고 해서 수십년의 경험을 축척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현직에 있는 사람들의 전문성인 셈이다.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당부하고 싶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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