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행복을 헤치는 일을 할 수 없다”


고희범 제주시장이 지난 20일 기자실에서 신산머루 개발과 관련해 강조한 발언입니다. 신산머루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되어 지난 5월 최종 승인된 지역입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8월 가칭 신산머루 재개발추진위원회를 비롯한 일부 지역주민들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재생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제주 원도심의 낙후된 주거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도시재생만으로는 기존 주차장을 없애고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등 기반시설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83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실제 도시재생이 필요한 지역을 찾아 배정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 시장은 “신산머루지역은 재개발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재개발을 추진하게 되면 돈 없는 서민들이 쫓겨나고, 돈 많은 일부만 남게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대다수 시민의 행복을 위해서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주민들이 바라보는 ‘재개발’은 양질의 주택과 기반시설 확충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제주시장은 재개발을 ‘서민을 내쫓는 사업’으로 보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낙후된 지역을 되살리는 방법은 도시재생이 될 수도, 재개발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판단은 지역주민과 행정청이 협의를 통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고 시장의 발언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의사가 보입니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의견에 대한 대답이나 설명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도시재생은 선, 재개발은 악이라는 식의 주장이었을 뿐입니다.


특히 재개발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지자체들이 낙후지역에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결국 지자체가 서민들을 쫓아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편협한 시각만을 내비치고 있는 시장이 제대로 된 시정을 펼칠 수 있을지 다소 걱정이 됩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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