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 내로라는 유명 건설사가 강남에 짓는 아파트인 만큼 기대감이 높았다. 


그런데 의외로 모델하우스 방문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타 단지에 비해 같은 평형대라도 면적이 더 좁게 느껴진 탓이었다.


최근 아파트 평면 설계에 대한 기술력이 높아진데다 발코니 확장이 가능해지면서 면적 활용에 대한 효율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과거 79㎡(24평)형이 현재는 99㎡(30평)형과 차이가 없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해당 모델하우스는 이상하리만큼 실제 사용 면적이 적었다. 특히 지방의 신축 아파트와 비교하면 같은 전용면적이라도 3~4평 이상의 시각적 차이가 났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서울시의 규정에 따라 발코니가 삭제된 탓이었다. 시는 지난 2010년부터 ‘공동주택 디자인 다양화 판단기준’을 통해 외부 벽면 길이의 30%만큼 발코니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발코니 확장 면적이 줄어드는 만큼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이른바 ‘서비스 면적’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발코니 삭제 규정을 적용 받지 않는 방법도 있다. 바로 ‘우수디자인 인증’을 받는 것이다. 분양가가 높은 강남에서는 분양면적을 늘리는 것이 곧바로 조합원의 부담금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우수디자인 인증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우수디자인 인증을 받는 방법이다. 우수디자인 인증 제도는 말 그대로 아파트의 디자인이 우수한 경우에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과거 성냥갑 아파트가 양산되면서 차별화된 아파트 디자인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우수디자인 인증 여부는 아파트의 디자인이나 차별화보다는 얼마나 많은 공공기여를 하느냐로 결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미래유산 기부채납이나 공원, 공공건축물 설치 등이 우수디자인 인증의 판단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단지에서는 수백억원의 공공기여를 한다는 조건으로 우수디자인 인증을 받기도 했다.


조합 입장에서는 시에게 빼앗긴 발코니와 용적률을 찾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우수디자인 인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수디자인의 다른 이름인 공공기여. 과연 도입 취지에 부합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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