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과 ‘경제적 부담’이 대치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최저임금이 상향 조정되면서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주장과 기업·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져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도, 최저임금도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토요일·일요일 근무는 예사고, 밤샘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이 넘쳐나는 곳이 바로 정비업계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에 상주하는 임직원들에게 복지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들은 조합의 업무를 진행하는 근로자들에게 ‘봉사’를 강요한다. 추진위·조합 임직원들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을 책임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대가나 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인 추진위에서는 최저임금은커녕 무보수로 일하는 위원장들이 태반이다. 그야말로 지역 개발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토지등소유자나 조합원들은 이러한 근무 형태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재건축·재개발을 진행하면서 떨어지는 ‘콩고물’, 혹은 ‘뒷거래’로 돈을 받는데 월급을 따로 줄 필요가 있냐는 항변이다. 심지어 일부 현장에서는 임직원들의 점심식사도 집에서 해결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추진위·조합의 임직원이 뒷거래를 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허락인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재산을 담보로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에서 불법은 절대로 허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정비업계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해묵은 논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불법을 저지르기 때문에 급여를 많이 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급여가 충분하다면 불법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는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열악한 근로여건은 추진위·조합 임직원들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로 대표되는 협력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조합 임직원들도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마당에서 조합의 용역업체 직원들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들은 각종 심부름과 비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근로시간과 임금에 대한 개선에 앞장서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방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특히 정비사업은 잘못된 시각과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3D 사업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정부는 정비사업의 이면만을 바라보고 무조건적인 규제만 가할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구성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근로여건을 마련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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