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형건설사들의 지방 재개발·재건축사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정비사업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정비사업 수주 열기가 지난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뜨거웠던 반면, 올해 건설사들의 관심은 대구와 대전 등 지방광역시로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시공자 선정에 주력하는 사업장들이 증가한 이후 올해 수주물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대전·대구 등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수주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더욱이 지방에서는 지역업체의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 혜택을 받으면서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견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수주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주전, 춘추전국 시대


올해 서울 정비사업 수주 열기는 다소 수그러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해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대거 시공자 선정에 나서면서 수주물량이 대부분 소진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서울 강남권에서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관할관청에 관리처분인가 신청서를 접수하려는 사업장들의 시공자 선정 러시가 이어졌다. 동시에 우수한 입지조건과 사업성을 갖춘 강남권 물량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대표적인 현장이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다. 이곳은 지난해 9월 최대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치열한 수주 경쟁 속에서 현대건설이 경쟁사를 제치고 시공자로 선정됐다. 


비슷한 시기 인근 신반포13차와 14차는 각각 롯데건설을, 신반포15차도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하는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수주전은 뜨거웠다.


주목할 부분은 당시 수주전에 나선 대부분의 재건축사업장이 공동사업시행으로 사업방식을 전환하면서까지 시공자 선정을 서둘렀다는 점이다. 


조합들이 공동사업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시공자 선정이 사업시행인가 이후보다 앞선 건축심의 이후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공자를 미리 선정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기까지 시간절약이 가능했다는 판단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시공자 선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은 공공지원제가 적용되면서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다. 다만, 선정된 시공자와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할 경우 건축심의 이후에도 선정이 가능하도록 정했다.




서울, 사업인가 사업장에 관심



서울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거나, 목전에 두고 있는 곳들이 건설사들의 수주 공략 대상이다. 조합들은 해가 바뀌면서 이미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했기 때문에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전환하면서까지 사업을 서두를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정비사업 수주물량은 급감하면서 건설사들의 수주 물망에 올라와있는 곳들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거나, 앞두고 있는 사업장으로 한정됐다.


대표적인 곳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와 강남구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 사업장 등으로 압축된다. 또 동작구 흑석9구역과 용산구 한남3구역, 성동구 성수4지구 등 재개발사업장도 수주 관심 대상이다.


우선 최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 나선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경우 2번째 입찰에서 유찰된 상황이다. 이번 입찰에는 1차 입찰과 마찬가지로 현대산업개발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재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대치쌍용2차 아파트도 2번째 입찰을 준비 중이다. 1차 입찰에서는 대우건설 한 곳만 사업참여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유찰됐다. 조합은 늦어도 2월 안으로 입찰공고문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재개발사업장 중에서도 흑석9구역과 한남3구역, 성수4지구 등이 건설사들의 수주 물망에 올라있다. 흑석9구역의 경우 5월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롯데건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한남3구역은 총회에서 사업시행계획안을 의결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성수4지구도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최고 높이 50층 건립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건축심의 단계에 진입했다. 올해 상반기 사업시행인가를 목표로 두면서 시공권을 향한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물량 풍부… 지방 수주전 격화


지방에서는 정비사업 수주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건설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구와 대전 등 지방광역시로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공권 확보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다.

우선 올해 첫 정비사업 시공권 확보의 주인은 서울 강남권이 아닌 지방지역에서 가려졌다. 롯데건설은 경기 안산 중앙주공5단지 1구역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올해 가장 먼저 정비사업 시공 파트너로 선정됐다. 

이후 한동안 정비사업 수주전 참여에 미온적이었던 극동건설이 천안 다가주공4단지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는 등 지방지역 재개발·재건축 수주 열기는 뜨거워졌다. 지난 27일에는 대우건설이 인천 학익3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지난해 서울지역 수주전에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과 달리, 올해는 지방 유망 사업지를 향해 분주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곳이 대전과 대구 일대다. 지난 20일 대전 중촌동1구역 재건축조합은 시공자 선정 총회를 개최해 주민 과반수의 지지를 받은 SK건설을 시공 파트너로 낙점했다. 이곳은 SK건설과 삼호가 총력전을 펼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은 곳이다.

대구에서도 호반건설이 내당동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따내면서 올해 첫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본리동 현대백조타운 역시 재건축 시공권 확보를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건설과 아이에스동서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7일에는 신암동 신암1구역의 시공자 선정 총회가 예정돼있고, 포스코건설·호반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룬 포스코사업단과 코오롱글로벌이 경쟁을 펼친다.



지역업체 용적률 인센티브 변수


올해 정비사업 수주 물량은 서울보다 시공자 선정 시기가 빠른 지방에서 대거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특히 지역업체 인센티브 확대로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견건설사들도 수주 경쟁에 가세하면서 지방 정비사업 시공권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건축심의를 통과했거나,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들 중 대부분의 재건축사업장은 이미 지난해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내면서 시공자 선정을 마친 상황이다.  

반면, 지방지역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자 선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주물량이 증가하면서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에서는 지자체가 지역업체에 용적률 인센티브 혜택을 적용하는 등 정비사업 참여를 독려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대형건설사는 물론 해당 지역 중견건설사들도 정비사업 수주전에 가세하면서 시공권 확보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구시는 지난해 12월 지역업체가 정비사업에 참여할 경우 최대 15%까지 용적률 혜택을 적용키로 했다. 부산시도 지난해 8월 지역업체 참여 비율에 따라 2~8% 제공해왔던 용적률 인센티브를 20%까지 대폭 늘렸다. 광주는 10%, 대전과 울산 등은 각각 5%를 적용 중이다. 수주전에서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라 사업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주민들이 지역업체를 선정할 가능성은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전 복수2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놓고 지역업체인 다우건설과 한양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는 5%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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