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은 ‘괴담’ 논란에 휩싸였다. 한미FTA 당시에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 괴담’이 논란이 됐고, 세월호 사고 당시에도 ‘세월호 괴담’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또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어김없이 ‘사드 괴담’이, 최근에는 가수 故 김광석 씨의 죽음과 관련된 ‘김광석 괴담’이 논란이 됐다.
괴담은 사전적인 의미로 ‘괴상한 이야기’를 뜻한다. 말뜻만 보자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괴담’으로 치부됐던 소문들이 현실로 밝혀진 것들도 적지 않다.

괴담은 사람들의 ‘우려’에서부터 시작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이다. 광우병 괴담은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실존했던 탓이다. 프리온단백질에 의해 뇌에 발생하는 병으로 치료 방법이 없어 지금도 광우병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도 ‘괴담’이 돌고 있다. 앞으로 전문성이 없는 협력업체가 턱없는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덤핑 수주가 주류를 이룰 것이란 소문이다. 이 또한 정비사업 관련자들의 ‘우려’에서 시작된 괴담이지만, 사실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정부는 사실상 거의 모든 업체를 일반경쟁입찰만으로 선정할 수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물론 용역비용이 적은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지명경쟁이나 수의계약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도 열어놓았지만,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는 극히 드물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일반경쟁입찰만으로는 전문성이나 기술력, 자본금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업체를 선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도시정비법과 시행령에는 제한경쟁입찰에 대한 내용이 어디에도 없다. 입법 발의자의 실수인지, 혹은 고의로 제외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제한경쟁입찰을 규정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협력업체 선정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용역비용’이 전부다. 물론 협력업체의 홍보자료를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조합원들이 자신이 내는 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저가입찰 업체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사업적 안목보다는 당장 눈앞에 있는 돈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괴담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제한경쟁입찰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도 경쟁입찰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있다. 즉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 용역업체 입찰에도 제한경쟁입찰 방식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일반경쟁입찰 방식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제한경쟁입찰은 일반화된 입찰방식이다.

공공 입찰은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투명성이 생명이다. 그런 공공 입찰에서도 제한경쟁입찰이 가능한데, 정비사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에 괴담이 퍼지는 이유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법과 기준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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