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추진할지 여부에 대한 투표가 있었습니다. 개표결과는 사업 찬성 75표, 사업반대 26표. 이럴 경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합당할까요?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 합당할까요?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아마 초등학생에게 같은 질문을 해도 같은 답을 말했을 것입니다. 다수결에 의한 투표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상식 중에서도 기본인 상식입니다.

하지만 해당 사업장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상적인 생각 범위를 넘어 비정상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 재건축사업이 취소된다는 것입니다. 우주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21세기에, 그것도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사실 이번 일은 예측된 결과였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지요. 서울시는 지난해 4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일부 개정하면서 직권해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내 정비(예정)구역에서 사업 찬성자가 50%미만인 경우를 직권해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이후 최근 서대문구 연희1구역과 충정로1구역, 마포구 공덕5구역, 구로구 오류1구역 등에서는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위한 주민의견조사를 시행 중이거나 완료된 상황입니다.

문제는 전체 토지등소유자 중 사업 찬성이 반대의 세 배에 가까워도 서울시의 50%찬성 미만룰에 걸려 직권해제 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서울 구로구 오류1구역 재건축 정비사업장의 경우 서울시는 사업 찬성률이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43.6%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직권해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세부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전체 토지등소유자 172명 중 투표에 참여한 주민이 115명, 이중 사업 찬성은 75표, 사업반대가 26표, 무효가 14표입니다. 나머지 57표는 부동표로 남습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사업 찬성이 사업반대표의 3배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사업 찬성률이 50%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오류1구역을 직권해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분명한 부분은 부동표 57표마저도 사업반대자로 해석했다는 것입니다.

왜 서울시는 사업반대 50% 이상이 아닌 사업 찬성 50% 미만일 경우를 직권해제 대상에 포함시켰을까요? 과연 서울시의 행정절차가 합당한지 의문입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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