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왕으로 평가받고 있는 세종대왕은 재위 시절 구임제를 통과시키면서 종전 30개월로 정해져 있던 수령의 임기를 60개월로 늘리는 개혁을 단행합니다. 세종은 잦은 수령 교체로 사람을 맞아들이는 일과 보내는 일로 생기는 비용, 업무파악에 드는 시간 등 행정의 효율성 저하와 전문성 부족을 큰 문제로 본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정비사업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민원해결을 위해 행정청을 찾거나 통화 연결을 한 경우 담당자를 찾아 헤매던 중 여러 공무원에게 같은 민원 내용을 수차례 설명해야 하는 답답한 상황을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일선 추진위·조합 관계자는 물론 정비업체까지 동일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비사업이 전문분야인데도 공공의 순환보직 시스템에 따라 한시적으로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공무원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으로 인해 해당 업무를 파악할 때쯤이면 담당자가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고, 새 담당자는 업무 처리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정비사업장에서는 종교시설 부지 문제로 지자체에 자문을 받아 보완사항을 거치는 절차가 이뤄질 때 쯤 담당자가 바뀌면서 업무처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또 새로운 담당자의 업무 파악이 미비하다보니 절차상 필요 이상의 보신행정을 펼치기도 하는데, 이는 곧 인·허가 지연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공무원이 각종 판결문과 유권해석을 요구한다는 게 일선 추진주체 및 정비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더욱이 서울시의 경우에는 지난 2014년 정비사업 관련 부서가 기존 주택정책실·도시계획국에서 도시재생본부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많은 공무원들의 인사이동이 이뤄졌습니다. 이 요소들은 현재 민원인들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면서 사업지체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공복에게 무지는 죄에 가깝다고 합니다. 행정청의 잦은 담당 공무원 교체와 조직개편은 민원인들로부터 공공의 무지함을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행정청 각 부서 업무 담당자의 장기적이고 안정된 업무 추진을 통해 유능한 관료를 확보하는 동시에 국민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행정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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