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임대차기간 만료 후 아파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원상회복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경우를 다루는 것을 보았다.


못 박은 자국 하나,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장판 손상 부위 등에 대해 수리를 하여야 한다며 수백만 원이 소요된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었다.


필자가 최근 상담에서 접한 원상회복 요구는 더욱 황당하다. 임대인 A로부터 종전 임차인 B가 임차하여 이 점포를 학원으로 사용하였다. B의 임대차기간 만료 후 A와 새로운 임차인 C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A와 새 임차인 C 사이의 계약에는 '임대차기간 만료 후 임차인은 임대차목적물을 원상회복하여야 한다'는 계약 조항이 있다.


C는 B가 학원으로 인테리어 해 둔 상태 그대로 이용하여 학원을 운영하였다. C의 임대차기간이 만료되어 새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는 상태에서 C가 A에게 점포를 인도하려고 하였다. A는 C에게 “이 점포는 B가 들어와서 학원으로 인테리어를 한 것이고, C도 학원으로 이용하였으니, C는 학원 인테리어를 철거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C가 들어 올 때가 아닌 B가 들어 올 때 상태로 원상회복하라고 요구한다.


사실 TV 프로그램 사례나 학원 점포 임대인 A의 경우는 임대차가 종료되는 기회에 부가적인 수입을 얻으려는 임대인의 비뚤어진 ‘갑질’ 심리에서 생긴 문제다. 원상회복을 빙자하여 수리비나 철거비를 떼고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준다.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이사를 하여야 하는 마음 급한 임차인은 억울하지만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이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든, 내부를 뜯어내고 새로 인테리어를 하든 임대인은 시치미 떼면 그만이다. 임대인이 원상회복 주장 한 번으로 한 몫 챙기는 상황이다.


임대차계약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하고, 임차인은 이에 대해 차임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다. 임대인은 임대차기간 중에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해 주어야 한다. 도중에 수리가 필요하면 임대인이 해 주어야 한다. 임차인이 하자를 스스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 임대차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은 인도받은 물건 자체를 임대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이때 임대차목적물에 대해서도 서로가 정산을 하여야 한다.


통상적으로 사용·수익을 하도록 하면서 생긴 마모와 훼손은 임대인이 책임을 져야 하고, 임차인이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부착하거나 훼손한 것은 임차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에 맞추어 사용·수익하면서 훼손이나 가치감소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그 대가는 임대인이 받는 차임에 포함되어 있다.


아파트에 살면 몇 군데 못을 새로 박아야 하고 못 자국도 생긴다. 장판도 자연스럽게 손상된다. 방문 손잡이도 못쓰게 된다. 임차인이 다소 험하게 사용하였더라도 임대인이 감수할 부분이다. 임차인 C는 자신이 들어 올 때를 기준으로 원상회복하면 그만이다. 임대인 A가 종전 임차인 B로부터 인테리어 철거비 명목으로 돈을 챙겼든 말든 C가 상관할 바 아니다.
임대차계약에서 원상회복의 범위, 유익비상환청구권, 부속물매수청구권 등 임대차관계의 청산에 따른 법률관계는 쉽지 않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이 청산 관계를 미리 대비해 두자. 임대차계약서에 도장 찍고 나면 돌이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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