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해산되고 나서 집값이 엄청 떨어졌죠. 9,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호가하던 빌라가 4,000만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실질적인 가격은 3,000만원선이 되지 않을까 예상되네요.”


최근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로 조합이 해산된 인천의 A재개발구역 내 한 공인중개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조합이 해산되면서 집값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전으로 회귀했다는 설명이다.



1억 넘던 연립, 4천만원에도 매입 꺼려
주민들에게 가압류… 매매도 불가능


사업성이 높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간간히 이뤄지던 거래마저 완전히 끊기면서 한산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이 구역은 지난 2011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감정평가까지 마쳐 인천에서는 드물게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일부 대토지 소유자들이 사업에 반대하면서, 해산동의서를 징구해 지난 3월 조합설립인가 취소 고시가 났다. 조합이 해산되기 전 감정평가 당시 약 36㎡(11평)의 지분을 보유한 ○○연립주택의 감정평가금액은 1억500만원 수준이었다. 특히 이 구역은 사업성이 높아 감정평가금액과 권리가액의 차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해산 전 조합이 감정평가금액을 기초로 산출한 비례율은 110% 수준이었으며, 시청에서 산출한 비례율은 89%이었다. 따라서 ○○연립주택의 권리가액은 최소 9,300만원에서 최대 1억1,500만원이 되는 셈이었다. 일반적으로 시청이나 구청 등 행정청에서는 비례율을 보수적으로 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권리가액은 1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하지만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후 집값은 순식간에 폭락하고 말았다. 1억원을 호가하던 연립주택은 조합설립이 취소되자 4,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재개발사업이 취소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매입 희망자가 없어 실질적인 가격은 3,000만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권리가액의 1/3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매매가가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전인 2006년 집값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낙후된 지역에 낡은 집을 실제 거주 목적으로 매입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합 해산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는 집값 하락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이 구역의 시공자인 K건설사가 매몰비용(기투입 비용)에 대한 회수를 위해 조합 임원 8명, 토지등소유자 30명 등 총 38명을 대상으로 가압류를 신청한 것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K사는 조합 임원의 재산상 가압류만으로는 매몰비용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 토지등소유자 30명에게도 가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당 토지등소유자들은 평균 2,000만원의 매몰비용을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연립주택의 최근 시세가 3,000만~4,000만원으로 하락한 것에 매몰비용까지 제외하게 되면 사실상 소유자가 손에 쥘 수 있는 비용은 1,000만~2,0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시공자의 가압류로 재산을 처분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대토지 소유자들은 연립주택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조합 해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건설사의 가압류로 인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걸리면서 사실상 연립주택이나 도시형생활주택 건립이 불가능하게 됐다.


실제로 일부 대토지 소유자는 이른바 빌라건설 업자에게 3.3㎡당 600만원에 구입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재개발사업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권리가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토지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한 빌라업자가 평당 600만원을 제시한 토지소유자에게 ‘평생 가지고 있으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개발사업이 취소되면서 일반 주택 소유자는 물론 빌라를 건설해 재미를 볼 것이라 판단한 대지주 소유자들까지 피해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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