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 주민들이 지방자치체제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투표를 통해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다. 서울시의 경우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 이상 서명을 받은 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청구할 수 있다. 투표가 실시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 유권자 총수의 1/3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확정된다.

 

만일 전체 유권자의 투표를 통해 50% 미만이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동시에 찬·반 의사를 밝히지 않은 부동표를 단체장 통제에 대한 암묵적인 찬성자로 본다면 서울시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조례’를 일부 개정하면서 ‘사업 찬성자가 50% 미만’일 경우 등을 직권해제 대상으로 정했다. 하지만 인천, 수원, 부산시의 경우 ‘전체 주민의 50% 이상이 구역해제를 요청했을 경우’ 등을 직권해제 대상 구역에 포함시켰다. 서울시만 ‘사업 찬성 50% 미만’을 직권해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일단 분명한 부분은 반드시 찬성비율이 50%를 넘어야 구역해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서울시가 구역해제 대상 기준 수립에 있어 ‘반대’가 아닌 ‘찬성’을 택한 이유는 사업 찬성도 반대도 아닌 부동표마저 사업반대자로 해석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서울시의 정책 행보는 여론형성 과정에서 군중심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침묵의 나선이론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신의 생각과 다수 사람들의 의견이 다를 경우 침묵함으로써 ‘침묵의 나선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입장이 다수의 의견과 동일하면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만 소수의 의견일 경우에는 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거나 고립되는 것이 두려워 침묵하는 현상을 말한다.

 

밴드왜건 효과라는 이론도 있다. 밴드왜건은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의 맨 앞에 선 밴드들이 탄 마차를 말하는데, 밴드왜건을 뒤 따라 긴 행렬이 이어지는 일종의 편승 효과로써 남들이 하니깐 나도 한다는 식의 의사결정을 의미한다.

 

통상 정비사업에서 사업찬성 주민보다는 사업반대를 위해 소수가 모인 이른바 ‘비대위’의 목소리가 더욱 거센 게 현실이다. 극소수 사업 반대자들의 목소리가 거셀 경우 사업을 찬성하는 주민들은 ‘찬성’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목소리 큰 반대 입장에 동조할 가능성도 있다. 사업찬성 주민들은 결속력이 높고 목소리가 큰 일부 비대위의 의견이 다수의 생각이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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