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조합원 개별접촉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2~3회의 합동설명회만으로는 주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사실상 개별홍보에 나서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차라리 양성화해달라는 게 핵심이다.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 근절해야 할 관행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대신 건설사를 범법자로 내모는 조합원 개별홍보 금지 조항 등은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주택협회는 지난달 1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관련 제도개선 건의문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재개발·재건축 추진단지들은 사업 초기부터 건설사들이 조합원과 접촉해 개별홍보를 하고 있다”며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은 근절해야 하지만 조합원들이 건설사를 선택하기 전에 정보제공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합동설명회만으로 알권리 충족 불가

초기단계부터 조합원 개별홍보 성행

선정기준 위반하더라도 제재는 미흡

처벌은 강화하되 홍보는 양성화해야


국토부가 고시한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과 서울시가 고시한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기준’에 따르면 모두 시공자의 개별적인 홍보를 금지하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합동홍보설명회 이외에는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조합원에 대한 합법적인 정보 전달과 홍보수단이 미흡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수주를 위해서는 건설사들이 개별홍보에 나설 수밖에 없고, 조합원들도 이런 건설사들의 개별홍보를 선호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 검은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과열경쟁에 따른 부정행위는 근절해야 하지만 조합원들이 건설사를 선택하기 전에 정보 제공이나 홍보행위 자체를 금지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인 것이다.


개인정보의 유출도 심각한 문제다. 개별홍보를 위해서는 조합원의 개인정보 동의를 사전에 얻어야 하지만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규정이 없다. 조합에서도 업무와 관련해 전화나 우편발송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개인정보 제공동의가 필요하지만 생략하고 있다. 결국 조합원 연락처나 주소 등이 담긴 비밀 리스트를 뒷거래로 알아내 홍보에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개별 접촉을 대수롭게 않게 여기게 되는 데에는 시공자 선정기준 위반시 제재 수단이 미흡하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기준을 위반하면 입찰참가 자격이 박탈되지만 조합이 제재 주체가 되기 때문에 실제 처벌사례는 없다. 지자체도 부정행위 단속에 적극적이지 않다.


서울시 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강남권과 한강변을 중심으로 약 20조원 이상의 재건축사업이 수주물량으로 나올 전망이다. 이때 과열경쟁에 따른 불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한국주택협회는 이번 건의문에서 건설사의 개별홍보를 허용하는 대신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 위반행위를 신고하는 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을 신설해 감시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제안했다. 또 시·도시자는 부정행위 위반과 관련해 신고·고발센터를 설치·운영하고 부정행위 단속반을 운영하는 등 신고·고발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국토부도 한국주택협회의 건의를 바탕으로 현 제도에 문제점이 있는지 짚어보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건의서를 접수해 현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자체 등과도 협의해 제도개선 여부를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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