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상회해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로 급증해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생명표에 의하면 2014년 현재 55세인 사람의 기대여명(앞으로 몇 년 더 살 수 있는지를 추정한 남은 수명)은 29.55년으로 80대 중반까지 살 것으로 예상된다. 60세부터 은퇴기에 접어든다면 약 25년의 노후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 세대가 2015년 만 60세에 접어든 가운데 향후 10년 이내 대규모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은퇴나 노후준비가 사회적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은퇴 후 고정적인 소득이 끊기게 되면 보유자산을 활용해 매월 안정적인 현금 흐름(cash flow)을 확보하거나 그간 모아둔 자산의 처분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자산에서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은퇴에 따른 자산 재분배 문제는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표1>

▲60세 이상 가구, 자산의 78% 부동산에 편중=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2015년 3월 말 현재 가구당 평균 자산은 3억4,246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부동산 자산은 2억3,345만원으로 가구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부동산 자산 비중은 더 높았다. 60세 이상인 가구는 부동산 자산 규모가 2억8,259만원으로 전체 자산(3억6,042만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4%에 달했고 금융자산 비중은 18%에 그치고 있다.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 형태로 가지고 있다 보니 유동성에 취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 후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 안정적 소득원이 될 수 있는 연금의 가입률은 미미한 실정이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가입률은 대상인원의 48%에 그치고 있고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퇴직연금은 10명 중 2명만 가입한 상황이다. 개인연금을 가입한 비율은 1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국민·개인·퇴직연금 가입률은 27.6%에 불과했다.

은퇴 계층의 부동산 자산에 편중돼 있는 자산구조와 연금 등 노후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은 부동산 처분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퇴 후 가처분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활용한 은퇴자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표2>

▲은퇴 이후 실물자산 축소는 부동산 시장 ‘부담’… 자산 재분배에 따른 기회요인도 있어=은퇴계층의 실물자산 축소는 노후자금 확보와 더불어 부채를 줄이려는 경향에도 기인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는 금융부채를 57세까지 확대하다가 1차 은퇴 직후인 58세 이후 축소해나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물자산의 경우 은퇴 전까지 금융부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가 은퇴 이후에는 금융부채보다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이는 은퇴 이후 실물자산을 처분해 금융부채 상환에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은퇴계층이 늘어날수록 실물자산 처분에 따른 부동산 시장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단기적인 시장충격이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다. 은퇴계층이 보유한 부동산이 급격하게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차 은퇴 직후인 58~64세보다 2차 은퇴 시기이면서 자녀 출가 직후인 65~70세 사이에 실물자산 처분과 함께 금융부채가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1>

주택을 보유한 은퇴자들은 자녀 출가 이후 대형주택을 처분해 소형주택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보유하고 있는 중대형 주택 위주로 가격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부동산 자산의 단순 처분이 아닌 재분배(재투자)가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은퇴인구 증가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은퇴인구 증가를 단순히 주택수요 감소로 연결 짓는 것이 아니라 거주지나 주택유형, 주택규모 등의 니즈 변화로 이해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후 주거특성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2014년)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절반(48.9%) 가량은 은퇴 후 주택 처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은퇴 이후 소득절벽에 대처하기 위해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상품으로 갈아타기가 이뤄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이미 부동산 시장의 투자 패턴이 ‘시세차익’ 위주에서 ‘운용(임대)수익’쪽으로 재편된 가운데 수익형 부동산이나 새로운 틈새 임대상품이 주목 받고 있는 상황이다.

노후대책과 관련한 정책적·제도적 변수에 따라 부동산 시장 영향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 정부는 미흡한 노후대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동산 자산을 활용한 여러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은퇴계층이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주택을 매각하고 소형주택으로 이전 또는 이주하는 경우, 노년층을 위한 복지차원에서 부동산 세제 부담을 경감해주거나 부동산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주택연금과 역모기지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다. 

부동산을 처분하는 대신 노후소득화(임대상품 갈아타기)하거나 역모기지(주택연금)를 활용하는 방법이 확대될 경우 부동산 수요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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