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과거 시공자로 현대건설을 선정했다. 하지만 시공자 지위는 인정받지 못했다. 추진위원회 때 선정한 시공자 선정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 대조1구역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새로 선정해야 한다. 당연히 건설사간 경쟁이 예상되는 곳이다.

그런데 이 구역에서 현대건설이 시공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조합 집행부 구성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나아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조합장을 회유하기 위한 시도까지 벌였다는 조합장의 직접 증언이 나오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특히 이런 내용이 밝혀졌는데도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현대건설의 행태를 보면 실망감이 크다. 나아가 국내를 대표하는 건설사 해명 수준이 ‘이 정도였나’ 하는 부분에서는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지금 현대건설 담당자는 다른 건설사들과 비슷하게 사전활동을 하고 있는 수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쏟아지는 현대건설 직원들의 명함은 누구의 것인가. 일부 주민들이 임원 해임 발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나온 휴지 등의 선물은 누구 것인가. 현대건설 로고가 분명히 새겨진 선물을 동네 구멍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다는 말인가. 현대건설의 수주기획업체까지 동원됐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 시공자 선정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편견에 사로 잡혀 조합 집행부 구성에 간섭하는 것은 건설사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조합 집행부 구성은 주민들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건설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관여해서도 안 된다. 이는 법적으로 엄연히 불법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정비사업을 위해 도입된 서울시 공공관리 제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주민들도 과거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던 기억을 잊어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합 집행부도 주민들이다. 그렇다고 조합 집행부가 현대건설을 미리 내정한다면 이는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면 된다. 불법을 저지르라고 현대건설이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조합을 흔드는 것은 사업주체인 주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주민들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건설사에 휘둘려서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다. 이미 수많은 현장에서 목격된 것이다. 현재 대조1구역은 이번 현대건설 개입 논란으로 사업도 일정부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주민간 반목과 질시는 사업 필패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