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총회소집권은 원칙적으로 조합장에게 있지만, 조합원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조합장은 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조합정관은 조합원 5분의 1이 조합장에게 총회소집을 청구했는데 조합장이 2개월 내에 정당한 이유 없이 총회를 소집하지 아니하는 때는 감사가 지체 없이 총회를 소집해야 하고, 감사가 소집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소집청구자 공동명의로 또는 소집청구한 자의 대표가 관할관청의 승인을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임원 모두가 해임되어 조합장과 조합장 직무대행자, 감사가 모두 공석이면 어떨까. 이 경우 소집청구한 조합원이 공동명의 또는 관할관청의 승인을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소수조합원의 총회소집에 관한 정관 규정에 따르면 조합원 5분의 1은 반드시 ‘조합장’에게 총회소집을 청구해야 하고, 이 조항은 조합장 등 총회소집권자가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조합장 등이 공석인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보는 견해.

따라서 이 경우 법원에 직무대행자나 임시조합장 선임을 구하여 법원에 의해 선임된 조합장에게 총회소집을 청구해야 하고, 조합장이 소집청구를 받고도 2개월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총회소집을 하지 아니하는 때에만 그다음 절차로 나아갈 수 있으며, 만약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총회를 소집하면 정당한 소집권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조합장이나 직무대행자가 없는 경우에는 소수조합원이 총회소집을 청구할 상대방이 없는 것이므로 정관에 정한 다음 절차로 넘어가 소수조합원의 공동명의 또는 관할관청의 승인을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

이에 따르면 조합장 등이 공석인 경우 총회소집을 청구한 조합원들은 별도로 임시조합장 등의 선임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어떤 견해가 타당할까. 도시정비법이 조합장에게 원칙적인 총회소집권을 부여하면서도 소수조합원의 총회개최권을 보장한 취지를 생각해보면 소수조합원들의 총회소집권을 어렵게 하는 취지의 해석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이유에서 하급심 판례 중에는 조합장, 이사, 감사가 모두 공석인 경우 정관상 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 소집을 청구한 자의 대표밖에 없다는 점, 만약 이 경우 다시 법원에서 임시조합장 등 선임 결정을 받아 동일한 절차를 반복해야 한다면 소수조합원들에게 총회를 소집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정비법 규정이 사문화되거나 무용한 절차의 반복을 강제함으로써 조합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장기간 불안정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임시조합장 선임 없이 바로 총회를 소집하더라도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본 것들이 있다.

그러나 최근 부산지방법원에서 반대의 해석이 나왔다. “이 사건 정관 규정은 조합장, 감사 등 총회소집권자가 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그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고, 도시정비법 제49조, 조합 정관 제62조, 민법 제63조, 제70조제3항에 따라 조합원들이 법원에 임시이사나 임시조합장의 선임을 청구하여 법원에 의하여 선임된 임시조합장 등을 상대로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임시총회 소집청구 조합원들이나 그 대표자를 총회의 정당한 소집권자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소수조합원의 대표가 소집한 총회의 개최를 금지한 것이다.

소수조합원의 총회소집권을 보호하기 위한 도시정비법의 취지를 고려해보면 이번 결정은 뜻밖이다. 아직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없고 하급심 판례가 나뉘는 만큼, 앞으로 대법원이 어떠한 해석을 내놓을지는 조금 더 기다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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