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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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찾아온 건설 원자재가격 상승 등은 높아진 공사비의 원인으로 지목됐고 정비사업 수주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부동산시장 침체로 대규모 미분양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조합들도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위기를 발판 삼아 사업 성공을 위한 제반을 마련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가 체감되는 부분은 높은 공사비입니다. 과거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최저가 공사비를 내세워 수주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조건만으로는 시공권을 확보하기가 힘든 현실이 됐습니다.

[만평=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만평=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먼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철근 등 건설 원자재가격이 오르면서 정비사업 공사비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동시에 조합원들은 최고 품질의 마감재와 특화 등을 요구하고 있죠.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이 최저가 공사비를 제시하기 힘든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조합은 높아진 공사비에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적정 공사비로 최고 품질의 아파트를 짓고, 분담금 절감 방안을 찾아야하는 게 조합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건설사 입장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노동시장에서는 인건비 상승과 함께 인권, 안전, 워라밸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무리하게 정해진 일정에 맞춰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공사비 상승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부동산시장 하향세에 따라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경쟁을 기피하는 현상도 낮은 공사비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힙니다. 경쟁이 펼쳐진다면 경쟁사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조합원들의 요구 조건에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수의계약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 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공포감이 엄습하면서 경쟁을 기피하는 등 정비사업 수주전에 대한 건설사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죠.

건설사들은 미분양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 2008년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경쟁 기피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시공자 선정에 성공한 GS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포스코건설 등의 경우 모두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확보했습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지출 규모를 줄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미분양 리스크에 대비하자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3만2,000여가구로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이 가운데 83%는 지방에 집중됐습니다. 당시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로 인한 수요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현재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수요자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미분양 사태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초 전국 미분양주택은 7만5,000여가구로 집계되면서 약 10년 만에 최다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사비 및 기준금리 상승이 사업 중단 및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도 수주 대기 물량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정책변화가 예고되면서 장기적으로 상승기를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방침을 밝히면서 1기 신도시 등에 대한 재정비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 또는 완화하고, 종상향을 통한 용적률도 완화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이상 경과한 100만㎡ 이상인 곳들로, 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 등 택지지구들이 적용 대상입니다.

[만평=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만평=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서울시 시공자 선정 물량이 대거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말 신속통합기획 적용구역의 경우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단계 이후로 환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는 7월을 목표로 일반 정비구역까지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방침입니다. 적용 사업장은 최소 100곳 이상이 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 단계 전인 사업장은 모두 112곳으로, 이중 조합이 96곳, 추진위는 16곳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업유형별로는 재개발 32곳, 재건축 80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이혁기 기자 lee@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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