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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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에 대한 정비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시정비법과 도시재정비법 제정 당시에 버금가는 대규모 정비구역이 신규 지정될 예정인 만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국내 택지지구는 전국에 850곳이 넘고,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 따라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을 지나고 100만㎡ 이상인 곳도 약 50곳에 육박한다. 법령이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가면 전국적인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노후계획도시를 정비하기 위한 특혜와 더불어 공공기여 방안이 법률에 포함되면서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을 모시고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 대한 평가와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제언 등을 듣는 특별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회에는 △박노창 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장 △강현일 에이치원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김범석 주성시엠시 대표이사 △김조영 법률사무소 국토 대표변호사 △김종일 대한감정평가법인 이사 겸 감정평가사 △엄정진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사무국장 △이순태 GS건설 상무이사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겸 박사가 참여했다. (이상 가나다순)

 

노후계획도시정비법에 대한 평가는?


박노창 편집국장(이하 박 국장)=정부가 최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 대규모 블록 단위 통합정비, 역세권 복합·고밀개발, 광역적 기발시설 확충 등이 담겨있다. 이번 특별법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부탁드린다.

엄정진 사무국장(이하 엄 국장)=기본적으로 노후계획도시 정비에 필요한 기본적인 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이다. 구시가지의 체계적인 정비를 통한 도시 슬럼화 방지와 도시의 횡적 팽창에 따른 인프라 구축에 따른 비용의 증대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도시 관리와 체계적이면서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 부분에서 긍정적이라 평가한다.

김종일 감정평가사(이하 김 평가사)=신도시 정비의 필요성은 도시 노후화와 인구 고령화가 맞물려 있다. 신도시 모델을 먼저 도입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대체로 신도시의 노령화율이 낮은 편이다. 고령화가 고착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비계획의 방향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김조영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노후계획도시를 정비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는 의도는 좋지만, 준비기간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의 내용은 지난 2006년 제정되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과 유사하다. 도시재정비촉진지구와 노후계획도시특별정비구역이, 재정비촉진계획이 특별정비계획 등으로 치환이 가능하다. 사업추진을 위한 지원 방안 등도 이미 도시재정비법에 포함된 사항들이다. 따라서 기존 법령을 개정하거나, 조문을 추가하는 것으로도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정부가 약 10개월을 허비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 도시재정비법과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이 모두 특별법인데 해당 법령 규정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

김범석 대표이사(이하 김 대표)=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를 광역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제도 마련은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따라서 이번 특별법 마련은 노후화하고 있는 도시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인정한다. 다만 대통령 후보시절의 공약이라는 이유로, 민원에 쫓겨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발표한 계획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강현일 대표이사(이하 강 대표)=우선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 내용이 일정 규모 이상의 단지들에 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지치 않은 채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성급하게 제시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가지 정책적 카드가 시간만 소비하며, 구체적인 방안이 없이 모양새만 억지로 맞춘 것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이순태 상무이사(이하 이 상무)=1기 신도시를 비롯한 계획도시에 대한 정비 방향을 잡은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서울을 중심으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조성된 위성 신도시들의 노후화를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과 특별정비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하고, 주민들의 공감과 이해가 수반돼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이하 이 부연구위원)=우선 큰 틀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 평가한다. 1980년대 이후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노후계획도시를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과제다. 대규모로 조성된 택지개발지구의 정비방식은 개발구역별로 접근하기보다는 도시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핵심적인 이유는 기반시설에 있다. 1980~90년대 요구됐던 기반시설과 현재와 미래에 요구되는 기반시설의 종류와 양, 질적 수준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주거안정 측면에서도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주단지를 조성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만큼 특별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 예상한다.

 

정비범위 전국 확대가 적절한가


박 국장=당초 정부는 1기 신도시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따르면 정비대상이 전국의 노후계획도시로 확장됐다. 다소 예상 밖의 내용이다.

이 부연구위원=정부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형평성 논란으로 인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택지개발사업은 1981년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90년대에 조성된 1기 신도시 이전에 이미 서울 목동·상계, 광명 철산·하안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가 전국에서 조성됐다. 이후 부산 해운대 좌동, 수원 영통, 광주 상무, 대구 칠곡 등 전국에서 신도시급 택지개발지구가 다수 조성됐다. 따라서 단순히 ‘1기 신도시’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지역에만 특례를 제공한다면 형평성 시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익적 측면에서도 개별 단지가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도시 전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대규모 노후계획도시는 특별법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김 평가사=지방과 수도권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 비율이 높아 자족기능이 낮은 지역과 1기 신도시에 같은 개발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지역별 특성이나 입지조건 등에 따라 정비방식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엄 국장=종합적인 계획수립을 토대로 관리하겠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행정의 방향으로 사료된다. 다만 즉흥적인 행정의 방향은 당초 취지가 변질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향후 세부 방향성, 기준 등의 수립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상무=법을 제정하는데 있어 외면 받는 음지가 생겨나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수시로 법을 보완하는 것 역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단순히 1기 신도시만이 아닌 준공 후 30년이 도래해 재건축이 불가피한 전국의 택지개발지구까지 법의 테두리 안으로 규정한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강 대표=1기 신도시 특별법에서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전국의 계획도시로 해당 특별법을 확대한 것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특별법에 포함이 된 대다수의 지방 도시 단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급격한 인구감소로 구도시가 소멸해가는 상황에서 언제 적용이 가능할지 모르는 용적률의 확대 방안보다는 오히려 사업 초기비용지원, 절차 간소화, 규제 완화 및 적정한 공사비 확정에 대한 제도적 지원 등이 현장에서 더 필요할 거 같다.

 

용적률 상향 등 특례 적정 범위는


박 국장=용적률은 특히 사업성과 직결되는 만큼 주민과 업계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종상향 수준으로 용적률을 상향해 일부 역세권 등에는 최대 500%까지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300~350% 정도의 용적률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용적률 계획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으신지.

김 변호사=용적률은 가급적 상향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과거 아파트가 처음 건립될 당시에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답답해서 살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아파트나 고층 주택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다만 용적률만 상향한 채 높이제한을 완화하지 않는다면 주택공급에 대한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층수는 풀어주는 대신 신축 건물에 대한 디자인 규제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디자인이 우수한 고층 건축물이 줄 수 있는 답답한 느낌을 해결하고, 주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상하이나 중동 두바이에 건축되는 고층 건물은 선호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적 감각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인 규제와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이 부연구위원=‘공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도시정비를 유도’하고, ‘유연한 도시계획’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수단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먼저, 역세권 복합·고밀개발, 용적률 인센티브 등은 ‘특혜’라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도시정비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인센티브가 없다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익적 측면에서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공공기여를 유도해 기반시설과 임대주택을 확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비를 유도해야 한다. 물론 용적률이나 높이규제 완화의 적정선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하게 사업성을 극대화 하는 방향이 아닌, ‘지속가능한 도시’를 지향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용도지역이나 용적률 관련 제도는 정책입안자의 위치가 아닌 실무자 또는 소유자의 입장에서 발표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도시는 이미 도시교통, 녹지, 학교 등이 현재의 밀도에 맞춰 계획된 도시다. 또 사실상 베드타운의 이미지가 고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상향을 통해 대규모 복합시설을 공급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또 복합시설을 건설할 경우 적합한 용량인지와 그에 대한 수요 확충 등의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인센티브의 대가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한다면 임대주택 매각금액을 보다 현실화해야만 소유자 입장에서 실익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김 평가사=용적률은 이번 특별법의 핵심 사안인데 주거지역에서는 일조권, 교육환경 등을 감안하면 500%의 용적률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수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현행 국토계획법상의 용적률보다 조금 높은 정도의 용적률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된다. 반대로 일부 구역은 주변 환경이나 기반시설 용량 등으로 인해 법적상한용적률을 적용하지 못하는 구역들도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전체 정비계획 면적을 감안할 때 분담금 절감을 위해 구역별 용적률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 대표=오랫동안 눌려있던 재건축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규제를 폐지하고, 사업성을 높여주기 위해 다수의 정책을 내놓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환영한다. 하지만 용적률 500%는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증가시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대다수의 현장에서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300~350%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현재 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기반시설 조건, 인동, 일조, 채광, 건축한계선 등에 대한 모든 완화가 이뤄져야 가능한 수치다. 또 용적률 상향에 따른 주거 밀도와 주거 환경이 기존과 다르게 열악해질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주민들에게 꼭 알려줘야 한다. 모든 단지의 조건이 특정된 서울 여의도의 아파트 단지와 다른 상황에서 모든 구역들이 용적률 500%에 최고 60층을 적용한 사업을 추진한다면 현장에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미래가치까지 생각한다면 용적률과 최고 높이가 무조건 높아지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엄 국장=새로운 법령이나 제도의 신설은 당초 취지와 현실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실현 가능성에서 항상 충돌이 일어난다. 마찬가지로 현재 상위법령인 국토계획법상 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이미 300%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300~350%의 용적률 적용으로는 해당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무한정 용도지역 변경을 해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기본계획수립단계에서 면밀하게 검토해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책의 핵심 과제라고 본다. 만약 현실적인 접근과 구체적인 방향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재개발·재건축 시행 초기처럼 전국이 부동산 투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리 |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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