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은 소송으로 이익을 얻는 기업이다. 분쟁이 많을수록 돈을 많이 버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조합의 분쟁을 막는 법무법인이 있다. 바로 법무법인 조운이 주인공이다. 법무법인 조운은 조합의 분쟁사항을 종결하는 판례를 다수 만들어낸 정비사업 법률전문가 집단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다물권자가 물건을 양도해 분양권을 늘리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는 판례를 이끌어냈다. 이미 광주고등법원에서 조합 패소 판결을 내린 후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린 소송과 유사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판결을 뒤집고 조합에 유리한 대법원 판례를 이끌어낸 셈이다. 지자체의 직권해제로 사업이 중단된 구역들이 회생할 수 있는 근거가 된 판결도 만들어냈다.

‘조합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의미의 법무법인명(名)처럼 조합에 유리한 판례를 양산하고 있는 법무법인 조운의 박일규 대표변호사를 만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일규 대표 변호사[사진=법무법인 조운]
박일규 대표 변호사[사진=법무법인 조운]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재개발조합을 변호한 대법원 상고심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조합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다물권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들에게 1개의 분양권만 인정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 매수인들은 소유자별로 각각 1개씩의 분양신청권을 주장하면서 관리처분계획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원심인 부산고법은 원고들에게 단 1개의 분양권만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동일한 쟁점이 문제된 사안에 대해 광주고법은 원고들 각자가 분양신청권을 가진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에서도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하면서 업계에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따라서 해당 쟁점에 대한 대법원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1명의 조합원’은 ‘1개의 분양대상자 지위’를 가진다는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수년간 이어져오던 다물권자 양도 사례의 법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광주고법의 조합 패소 판결 이후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던 만큼 이번 소송도 조합에 불리한 상황이었다. 기존 판결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소송 전략은 무엇이었나=광주고법은 다물권자 양도에 관한 도시정비법 조항이 ‘조합원 지위’에 관한 것일 뿐 ‘입주권’을 직접 규율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상 입주권은 조합원 지위로부터 분리되거나 독립된 개념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단독 분양권을 주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 부산고법의 판결이나 조합의 업무처리는 도시정비법에 대한 올바른 해석에 근거한 타당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아무리 법적으로 타당한 논리라 하더라도 재판부에 이러한 논리를 펼쳐 재판부를 설득시키는 것은 변호사들의 몫이다. 조합원과 분양권의 개념 및 그 관계, 2009년 2월 6일 개정된 도시정비법의 내용과 개정 취지 등을 근거로, 입주권 부여의 근거는 명확한 예외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조합원 지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해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에 주력했다.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유사한 내용의 분양권 관련 분쟁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이번 판결은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선 입주권은 조합원 지위로부터 분리, 독립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합원’의 지위가 ‘입주권’ 부여의 근거가 되는 것이므로 명확한 예외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1명의 조합원은 1개의 분양대상자 지위를 가진다’는 법리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광주고법의 판결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그대로 확정되면서 조합 실무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의 사건처리 부담을 고려하여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에 법이 정하는 사유가 없을 경우 더 이상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시켜 소송을 종결시키는 제도일 뿐이다. 즉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 내지 입장 표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상고를 한 당사자가 어떻게 상고이유를 구성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리불속행 기각을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처럼 받아들이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분양권 인정 여부에 대한 관리처분계획 소송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이번 판결로 조합설립인가 이후 다물권자의 물건을 매수한 경우 단독 분양권을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이므로 유사한 내용의 분쟁은 더 이상 의미를 가지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광주고법의 해석론에 따라 이들에게 단독 입주권을 주는 방향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한 조합이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다행이겠지만, 조합원 중 누군가가 단독 입주권을 부여한 것이 위법이라며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한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다만 소송의 결과는 취소 소송이냐 무효 확인 소송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경우라면 단독 분양권을 주기로 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것이므로 그 부분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될 것이다. 그러나 무효 확인 소송이 제기된 경우라면 무효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물권자 양도 사례에서 단독 입주권을 인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것이지만, 고법 판단이 상반될 정도로 혼란스러웠단 점을 고려하면 이를 ‘명백한 하자’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조운의 사무실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법무법인 조운의 사무실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법무법인 조운은 지난 2020년에도 지자체 조례 기준에 따라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했더라도 법적 해제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구역해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외에도 조합에 도움이 되는 다수의 판결을 이끌어냈는데,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기본개념과 법리에 충실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 할 수 있겠다. 정비구역 해제처분 취소 판결에서는 다른 조합들과는 달리 조례가 무효라는 주장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하위법령인 조례가 상위법령인 도시정비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위임의 법리를 토대로 완전히 새로운 반박 논리를 도출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다물권자 양도 판결에서도 분양권이라는 개념이 조합원이나 토지등소유자의 지위에서 도출되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법리를 바탕으로 재판부를 설득했다. 특별한 예외 규정이 없는 이상 기본개념이나 기본적인 법리에서 도출된 논리는 언제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새삼스러운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불리한 하급심 판결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와 반대되는 논리로 상급심 법원을 설득하여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조운은 도시정비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조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리딩 케이스들을 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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