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업계에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02조제1항제1호에서 말하는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에 총회 서면결의서 징구 업무가 포함되는지가 문제되어 왔다.

작년 연말 대법원은 위 조항이 정한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는 정비사업 초기에 이루어지는 조합설립인가와 관련된 동의 업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포함하여 조합원의 권리·의무 또는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동의나 총회 의결과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여 오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으로, 수원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조합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사무장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조합설립인가 신청에 관한 업무,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의 시행계획서의 작성 업무 등을 맡기고 그 대가로 매년 7,0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한 사안에서, 해당 사무장이 등록없이 정비사업 업무를 위탁받았다고 보아 징역 4월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무장은 자신은 조합에 고용된 직원일 뿐이고 조합이 직접 정비사업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조합이 ‘미등록자를 직원인 것처럼 고용하는 수법으로’ 정비사업 업무를 위탁한 것이라고 보아 유죄를 인정했고,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으로 위 판결을 확정했다.

이런 판결의 결론들이 하나둘씩 쌓이다 보니 일부에서는 조합이 직접 홍보요원을 고용하여 총회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도록 하는 것도 금지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는 않다.

우선 도시정비법은 조합이 직접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을 사업시행자로 정하고 있고, 정비사업자는 조합이 스스로 수행해야 하는 정비사업 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함으로써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자이므로 오히려 조합이 직접 정비사업의 동의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도시정비법이 예정하는 본래의 업무수행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정비법은 미등록자가 정비사업 업무를 ‘위탁’ 받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으나 ‘위탁’과 ‘고용’은 준별되는 법률행위다.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

피고용자는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시, 관리·감독에 따라 고용자의 수족처럼 움직이며, 피고용자의 행위는 곧 고용자의 행위 자체가 된다.

반면 ‘위탁’은 타인에게 법률행위 또는 사실행위를 의뢰한다는 점에서는 고용과 유사하지만, 위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신임관계가 생기며 위탁자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재량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도시정비법은 조합이 미등록자를 ‘고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앞서 살펴본 수원지방법원 항소심 판결이 해당 사무장이 조합에 ‘고용’된 것이 아니라 조합으로부터 정비사업 업무를 ‘위탁’ 받았다고 본 것 역시 사무장이 조합의 지시나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재량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기 때문이었다.

사무장이 처음 근로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용역업체가 제출할 법한 업무제안서를 제출한 점, 그 업무제안서상 용역대가가 그대로 급여가 책정된 점, 해당 사무장이 근로계약기간 중에도 다른 정비사업조합의 정비사업 관련 업무를 처리해온 점, 조합장 역시 수사 과정에서 ‘조합에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전문가를 채용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이 증거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조합이 직접 홍보요원과 단기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총회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도록 하고 출·퇴근, 휴게시간 및 업무수행과정을 직접 지시하고 관리·감독한다면, 형식과 실질 모두 조합이 직접 홍보요원을 ‘고용’한 것에 해당하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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