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고에 이어)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은 ①안심보장증서의 교부행위는 조합가입계약에 수반하여 경제적·사실적으로 일체로서 체결된 것이어서 하나의 계약인 관계에 있다고만 판단하는데 그쳤을 뿐, ②더 나아가 안심보장증서상의 환불보장 약정이 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총유물의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은 채 이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인용하더라도 당사자의 추가적인 의사를 탐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 판단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이 안심보장증서의 효력에 관하여 무효설에 입각하여 명시적인 판시를 한 것이 아니므로 유효설의 입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기존에는 안심보장증서의 효력에 따라 조합가입계약에 민법상 ‘취소’의 하자가 있는지 여부(또는 계약해제 사유가 되는지 여부)만을 다퉈왔다면 위 판례에 따라 안심보장증서와 조합가입계약은 일체의 관계인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에 따라서는 조합가입계약에 ‘무효’의 하자가 인정될 가능성이 추가되었다.

4. 검토=지역주택조합은 주택법의 모체가 되는 구 주택건설촉진법에서 무주택 서민들의 주택 마련을 위하여 1980년 처음 도입된 이래 소규모 아파트 건설의 방식으로 이용되어왔고 현재 전국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공동주택 공급방식의 사업인데, 지역주택조합이라는 단체가 주체가 되어서 주택사업을 하여 대부분은 이 단체의 구성원인 조합원들에게 분양하고(우선공급) 일부 남은 세대는 일반분양을 하여 사업비의 일부에 충당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는 지역주택조합이라는 비법인사단 설립행위의 시발점(始發鮎) 내지는 시작점이고, 추후 창립총회에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자들이 조합규약 제정, 조합임원 선임 등에 대한 의결을 함으로써 비법인사단 설립행위가 완성되는 시점이 되며, 관할 관청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으면 비법인사단 설립행위의 효력이 보충적으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2.3.11.자 2002그12 결정, 대법원 2000.9.5. 선고 99두1854 판결).

통상적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이전의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기 이전의 사업 초기에 조합원 유치를 위하여 안심보장증서가 교부된다는 사정에 비춰볼 때(그러므로 안심보장증서에 관한 총회 결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비법인사단 설립행위의 시작점에 교부되는 안심보장증서를 두고 총유물이라는 개념을 인정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이를 처분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지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거기에 민법 제276조제1항의 총유물의 처분이란 문언 그대로 현존하는 총유물 자체의 처분을 의미할 뿐이지 ‘장래’의 총유물에 대한 처분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할 수 없다는 점, 안심보장증서의 교부만으로 곧바로 조합(추진위)이 가입계약 당시 보유하고 있는 조합원분담금이 이체되거나 소멸하는 등 처분되는 것이 아니므로 조합으로서는 단순히 채무부담행위의 의사로 안심보장증서를 교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해볼 때 안심보장증서를 총유물의 처분행위로서 (총회 결의 없어) 무효라고 보는 것보다는 단순한 채무부담행위에 그친다고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해보인다.

이에 관하여는 아직까지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시한 바가 없는데(원심에서 안심보장증서가 총유물의 처분으로서 무효에 해당한다는 판시를 심리불속행 기각한 사안은 있으나 이는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로 인하여 실무가 상당히 혼란스럽고 엇갈린 하급심 판단으로 당사자들에게 예측가능성이 부여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 등을 감안할 때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에 기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안심보장증서의 효력을 무효라고 보더라도 안심보장증서의 내용이 없었을지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합가입계약은 여전히 효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 입장인 바, 그러한 사정을 주장·입증할 수 있다면 조합가입계약의 하자는 치유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향후 하급심에서 ‘안심보장증서의 내용이 없었을지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관한 판단이 적립될 것으로 보여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 하급심은 안심보장증서의 효력을 무효로 보는 입장이 좀 더 많은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조합가입계약의 ‘취소’의 하자가 자연스럽게 인정되고 있어서 조합가입계약의 하자 등을 주장하며 기 납입한 금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가입계약자들은 착오 또는 기망에 의한 취소 주장만을 하는 경우가 많고 구태여 ‘무효’의 하자를 주장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점을 보더라도 안심보장증서의 효력에 관한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이 더욱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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