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계획인가가 있는 경우 도시정비법 제81조제1항 본문에 따라 구역 내 소유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조합에 대한 부동산 인도의무를 부담한다.

단, 동항 단서 규정은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권리자가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항변사유를 정하고 있어, 실무상 손실보상이 완료되었는지 여부를 두고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재건축 사업’의 현금청산자가 매도청구소송 절차에 따른 매매대금을 아직 지급받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하여 부동산의 인도를 거부하는 사안을 가정해보자. 이때 앞서 살핀 항변사유 규정의 ‘손실보상’에 매도청구소송에 따른 매매대금도 포함되므로, 이 역시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여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견해로서 적절치 않다. 위 단서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에만 항변사유가 발생함을 명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개발 사업과 달리 재건축 사업의 현금청산 절차에는 토지보상법이 적용되지 아니하고, 도시정비법만이 적용되어 매도청구소송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지므로 위 항변사유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대법원 2012다62578 판결 역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위 항변사유 규정은 토지보상법상 구역 내 토지 등을 수용할 권한이 있는 재개발 사업 등에만 적용이 가능하며, 그 권한이 부여되지 아니한 재건축 사업에는 적용 또는 유추적용이 불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와 같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반대론자들은, 청산금을 지급받을 때까지 인도를 거부할 수 있는 재개발 현금청산자와 비교할 때 재건축 현금청산자가 매매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로 부동산을 인도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현저히 불공평하여 정의 관념에 반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은 재건축과 재개발 양 제도 간에 다양한 차이점들을 두고 구성되어 있으며,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방법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입법이 이루어져 왔다. 양자 간 형식적 평등이 지켜져야 한다는 관점만으로 이러한 입법 구조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단적인 예로 재개발 사업에서의 상가세입자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수용으로 상당한 수준의 영업보상을 받고 퇴거할 수 있지만, 재건축 사업에서의 상가세입자에게는 토지보상법이 적용되지 않아 사업의 시행에 따른 영업보상을 전혀 받지 아니하고 퇴거하여야만 한다.

이러한 제도상 차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재개발과 재건축의 특성 차를 고려한 입법재량에 해당함을 이유로 수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2016헌바83 등).

재개발과 재건축 현금청산자의 항변사유 차이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토지보상법의 적용 가부에 의해서 발생한바, 위 합헌 결정의 취지가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적 차이로 인하여 현금청산자가 감수하는 불이익은 단지 부동산의 사용수익권을 매도청구소송 완료 이전에 넘겨주게 되는 것일 뿐 핵심적인 재산권인 소유권 자체는 매도청구소송이 완료되고 매매대금 지급과 동시에 이전하게 되므로, 이것이 현저히 불합리하게 재산권을 제약하는 잘못된 입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사용수익권의 일괄 귀속을 통하여 정비사업의 신속한 진행을 꾀하도록 한 도시정비법의 공익적인 목적을 고려하면 입법의 정당성 역시 충분하다고 보인다.

최근의 하급심 판결들 역시 매매대금 미지급 등 매도청구소송과 관련된 항변들을 관리처분계획인가에 따른 인도청구소송에서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타당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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