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 조합장 A는 무려 3년 넘는 기간 동안 이사회 의사록 및 감사보고서는 물론 각종 용역계약서 등을 인터넷에 공개하지 아니하였는데, 조합원들의 계속적인 항의와 정보공개 청구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거부하며 버티다가 결국 비대위로부터 고발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피고발인 조합장 A가 공개하지 아니한 서류는 ①이사회 의사록, 대의원회 의사록, 정기총회 의사록, 감사보고서, 결산보고서 등 내부 문건과 ②관할 구청에서 발송한 조합설립변경인가 처리 알림 등 각종 공문 ③각종 용역계약서, 법률자문 약정서 등 각종 계약서 등으로 무려 69건에 이르고 종류도 다양하며, 그 기간도 무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개하지 아니한 것입니다.

조합장 A는 유명 로펌을 변호인으로 선임하여 위 고발사건에 대응하게 하였는데, 경찰은 고발내용인 위 미공개 사실 자체만 조사한 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으나 문제는 송치 이후 주임검사의 이례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였습니다.

사실 필자는 법무연수원에서 재개발·재건축 사건 전담검사들을 상대로 강연하면서 이 사건과 같이 조합의 서류 미공개 행위, 그중에서도 특히 용역계약 등을 체결함에 있어 이사회, 대의원회 등 의사결정 과정이 나타난 의사록을 미공개하거나, 해당 용역계약서 자체를 공개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이면에는 틀림없이 뇌물이나 배임, 횡령 등의 범죄가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반드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검사들에게 강조한 바 있습니다.

통상 이런 사건은 경찰이 고발된 혐의사실에 대하여 조사한 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 검사는 별도의 조사 없이 대개 약식 기소하고, 다만 그 벌금 액수만을 고민하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주임검사는 이례적으로 피고발인 조합장 A를 무려 세 차례나 소환하여 조사하면서 서류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와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여 집중적으로 강하게 피의자를 추궁하였습니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조합장 A의 변호인은 조합장이 형사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조합장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랐으나, 예상 외로 검사의 강도 높은 수사로 인해 징역형까지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긴장감에 추가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대응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 사건은 조합장 A와 함께 무등록 정비업자 B와 정비업체 C 법인도 고발되어 조사를 받았는데, 정비사업 용역계약을 한 업체가 무등록 업체라는 사실, 그리고 무등록 업체와 계약을 하고 해당 계약에 관한 일체의 서류를 공개하지 아니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히 미공개로 인한 법 위반뿐만 아니라 뇌물 또는 횡령이나 배임 등의 여죄가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뇌물 등 여죄에 대하여는 내부자 고발 등의 단서와 공여자의 진술 등 결정적 증거가 없어 주임검사도 송치된 범죄사실인 서류 미공개 혐의만을 기소하면서도 100만원 이상의 약식기소를 하였으며, 무등록 정비업자 B와 C 법인 또한 고액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였고, 이후 법원에서 검사의 구형과 같이 약식명령이 발령되었습니다.

조합장 A는 관련 법령을 잘 알지 못했고, 서류는 조합 직원들이 공개한 것으로 알았다며 미공개에 대한 고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변명을 하면서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였으며, 가사 기소하는 경우라도 벌금 100만원 미만을 구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검사는 비록 여죄를 밝혀 기소하지는 못했으나 검사가 가진 여죄에 대한 강한 의심이 결국 조합장 A가 조합장이란 직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고액의 벌금형을 구형한 것입니다.

변명과 변호를 통해서 과연 처벌을 면할 수 있을 것인지, 그렇지 않고 만약 처벌을 면할 수가 없다면 차라리 범행을 자백하고 처벌의 수위, 즉 형량을 감경하는 변호를 할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하여 올바른 방향을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또한 한 번 정한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수사관이나 검사의 태도나 수사에서 드러난 새로운 증거가 있는지를 탐색하여 필요한 경우 시의적절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목표를 수정하는 유연한 전략도 요구된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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