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에 집을 서로 바꿔 살고 있는 경우 이를 무상거주로 보아 주거이전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될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54조제2항의 개정(2020.12.11. 국토교통부령 제788호로 개정)으로 재개발사업에서 주거이전비를 지급받는 주거용 건축물의 세입자의 범위에 무상거주자가 포함되었다.

위 개정 시행규칙의 부칙에는 제54조제2항의 적용시점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으나, 부산고등법원은 주거이전비 지급 여부가 사업시행계획 인가 고시일에 이미 확정되는 점을 고려하여 위 개정 시행규칙은 그 시행일인 2020.12.11. 이후 최초로 사업시행계획인가 고시를 받은 구역부터 적용되는 것이라 보았다.

이로 인해 여전히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주거용 건물의 거주자가 무상거주자에 해당하여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지를 판단해야 할 일이 계속 발생한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다루게 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인천의 어느 재개발조합은 조합원 A가 소유한 주택에 무상으로 거주하는 B(조합원 A의 모친)를 무상거주자로 보아 주거이전비 지급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그러자 B는 본인이 딸(조합원 A) 소유의 집에서 월세를 내지 않고 살지만 정비구역 밖에 있는 본인 소유의 아파트에 딸(조합원 A)이 마찬가지로 월세를 내지 않고 살기 때문에, 자신을 무상거주자로 봐서는 안 된다며 조합에 주거이전비 지급에 관한 재결신청 청구를 해왔다.

어떠한 사정으로 엄마와 딸이 각자 자신이 소유한 집에 거주하지 않고, 서로에게 자신의 집을 빌려주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상속, 증여 등의 과정에서 절세 목적으로 이러한 거주형태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B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정비구역에 있는 딸의 집에 무상으로 살고는 있지만 딸도 구역 밖의 내 집에서 무상으로 살고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각자가 지급해야 할 임료를 상계처리한 것이 되어 무상거주자가 아니라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A와 B가 각자 집을 바꾸어 거주하는 특이한 사정이 오로지 임대차계약에서 발생하는 각 차임을 상계할 목적으로 발생하였음이 증거로서 확인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실제로 이 사안에서는 ①특수관계인인 두 당사자 간에 각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최소한의 형식적 요소(계약서, 차임에 대한 합의 등)들이 부존재했고 ②두 당사자가 상대방 소유의 집에 거주를 개시한 시점에 14년 이상의 현격한 차이가 있었으며 ③딸 A가 엄마 B 소유의 아파트로 이주하면서 상호 간에 발생하는 각 차임을 산정한 사실도 전혀 없고, 위 차임을 상계하기로 약정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전혀 없었으며 ④두 당사자는 모자(母子) 관계로 상호 간에 부양의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각 소유한 집을 바꿔서 거주하는 특이한 사실관계만을 두 당사자간에 형성된 경제적 연결고리의 전부로 해석할 수 없었던 바, B를 정비구역 내 주택의 세입자로 볼 수 없다.

이들 간 차임 지급 등에 관한 합의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없는 한 B가 A의 집에 거주하는 사실 및 A가 B의 집에 거주하는 사실은 각 무상 대여(사용대차)에 불과한 것이다.

주거이전비 보상에 대해 재결신청 청구를 받은 조합은 토지보상법 제30조제2항에 따라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신청을 하였지만, 위와 같은 사유를 주장하며 재결신청의 기각을 구하였고, 관할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서도 B를 임차인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B의 재결신청을 기각하였다. 특별한 사정이 추가되지 않는다면 법원에서도 이와 같은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