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조합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각종 민형사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때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임원이 당사자인 사건에 안일하게 조합 자금을 지출하였다가는 자칫 업무상 횡령죄 등 또 다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바,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관련 법리=대법원은 ①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원칙적으로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하면서도, ② 다만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상 관련이 깊고,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도11315 판결,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 등 참조).

3. 구체적 사례

가. 조합 자금으로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고 본 경우=(1) 임원 개인을 상대로 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사건에 조합 자금을 지출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사를 상대로 한 이사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결정된 경우 당해 단체의 업무를 수행하는 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당함으로써 사실상 단체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은 명백하므로, 그 단체로서는 그 이사 자격의 부존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항쟁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위 가처분에 대항하여 항쟁할 필요가 있고, 그와 같이 필요한 한도 내에서 대표자가 당해 가처분 사건의 피신청인인 이사에게 그 사건에 관한 소송비용을 지급하였다면, 이는 단체의 업무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것에 해당하고, 단체의 경비를 횡령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0826 판결).

(2) 또한 임원 개인이 업무상 배임, 업무방해로 고소당한 건과 관련해서도, 법원은 ‘이 사건 고소사건은 피고인 개인의 위법행위가 문제되었다기보다는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종전 정비업체 사이의 정비용역계약의 해지 및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신규 정비업체 사이의 정비용역계약의 체결 등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 등이 문제된 사안으로, 피고인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져 유죄가 인정될 경우 종전 정비용역계약의 해지 및 신규 정비용역계약의 체결의 효력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추진위원회와 업무상의 관련이 깊고, 따라서 이 사건 추진위원회로서는 그에 대응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추진위원회의 비용으로 이 사건 고소사건에 관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아 업무상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도7713 판결).

나. 조합 자금으로 비용을 지출할 수 없다고 본 경우=(1) 반면, 임원 개인의 명예훼손 피고소 사건에 조합 자금을 지출한 사안에서는 ‘이 사건 고소의 주된 취지는 조합 임원인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서 고소인 본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의 개인적 책임 하에 대응되어야 함이 타당하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변호사 선임료에 관하여 이후 조합 내부의 지출 승인을 받기는 하였지만 이미 지출 행위 자체가 위법한 이상 이는 횡령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에 대하여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12. 5. 선고 2019고정736 판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조합 임원 개인이 피해자가 되어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광주지방법원 2020. 6. 24. 선고 2019노1680 판결).

(2) 또 법원은 지역주택조합 임원의 정보공개 불응 관련 형사사건이나 조합원들이 신청한 조합자료 열람등사 가처분 사건에서 조합 자금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사안에서도, 해당 사건들은 주택법에서 정한 자료의 열람·등사 신청에 즉시 응하지 아니하고 있다는 것으로서 결국 법령 위반의 부적법한 직무 행위에 대한 것이고, 피고인들이 열람·복사 신청에 불응한 행위가 피고인들이 단체를 위하여 적법하게 행한 직무 행위나 그 지위에 의하여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에 대한 분쟁이라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업무상 횡령죄를 인정하였고(부산지방법원 2021. 1. 8. 선고 2020노1755 판결), 조합의 배상명령신청도 받아들여 지출된 선임료 전액을 조합에 지급할 것을 명하였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1. 3. 17. 선고 2021도1219 판결).

4. 검토=지역주택조합과 그 임원의 관계는 민법상 위임인과 수임인의 법률관계에 해당하며, 수임인이 위임의 본지에 따른 업무처리를 하지 아니한 까닭에 만약 수임인이 위임의 본지에 따른 업무처리를 하였더라면 지출하지 아니하여도 될 비용을 위임인이 지출하게 된 경우에는 수임인이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36289 판결 참조).

지역주택조합의 임원은 주택법을 비롯한 법령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적법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전제로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게 된다. 만약 그 테두리를 벗어난 경우에는 그 목적이나 의도가 조합을 위해서였다고 하더라도 법령을 준수하지 못한 조합 임원 개인의 비위나 위법행위에 대하여 섣불리 조합의 자금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특히 이는 조합총회나 이사회 등의 의결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므로, 가급적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살펴본 바와 같이 조합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일률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판단은 개별 사안마다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조합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하고자 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사전에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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