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국남 조합장 |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 [사진=심민규 기자]
염국남 조합장 |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 [사진=심민규 기자]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실을 잘라내는 것이다. 하지만 잘라낸 실은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시간이 들더라도 천천히 실타래의 시작점을 찾아 하나씩 풀어나가야 실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서울 구로구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사업의 내부 사정은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3개의 빌라를 통합해 재건축하다보니 각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것은 물론 ‘ㄷ’자 모양의 비정형 부지는 단지설계에 효율적이지 못했다. 여기에 온수역 일대에 전기를 공급하는 고압송전선로와 철탑이 정비구역 내에 위치해있다. 사업추진에 악재로 작용할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전 조합장이 사퇴를 할 정도로 상황은 복잡했다.

하지만 염국남 조합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면서 사업성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일반분양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고, 고압선 지중화를 통해 기피시설인 철탑 철거도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염 조합장을 만나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의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 위치도 [그래픽=홍영주 기자]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 위치도 [그래픽=홍영주 기자]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은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3개 빌라를 통합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여러 단지가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이유는=당초 대흥·성원·동진빌라는 특별계획구역 결정을 근거로 각각의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성원빌라의 경우 지난 2008년 9월, 대흥빌라는 2009년 1월, 동진빌라는 2009년 6월 각각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하지만 각 단지별로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정비구역 규모가 워낙 작다보니 용적률이나 층수 제한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힘들었다. 결국 구로구의 권유로 3개 단지가 하나의 정비사업으로 통합해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통합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데 이어 2016년 통합 재건축조합이 설립되어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한 조합설립까지 진행됐음에도 실제 사업은 장기간 지연됐다. 재건축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지난 2018년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지만, 기본적인 사업성 부족 등의 문제로 정비계획변경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당시 용적률이 200%에도 미치지 못했고, 최고 층수도 25층으로 제한돼 공급물량이 988가구에 불과했다. 여기에 온수역 일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온수변전소로 연결되는 고압송전선로가 정비구역 지상을 통과하고, 철탑도 구역 내에 위치해 있다. 당시 조합에서는 한국전력공사와 지자체에 구역 내 철탑을 철거·이전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원인자 부담으로 사업을 진행하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특별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화됐고, 전 조합장이 사퇴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 조감도 [사진=조합제공]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 조감도 [사진=조합제공]

▲재건축사업을 진행하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사업성 제고가 최우선 과제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현재의 사업시행계획 내용으로는 사업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고압선과 철탑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만큼 많은 고민을 했다. 한국전력공사와 지자체가 원인자 부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조합의 비용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결국 개발이익을 높여 철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고압선 지중화를 통해 철탑을 철거하는 방법을 진행하는 동시에 정비계획 변경을 진행해 일반분양물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실제로 지난달 7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추진위가 제출한 변경안을 수정가결로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신축 가구 수를 기존 대비 160가구 증가한 1,148가구로 건축하는 계획안을 일단 확보한 상태다.

 

▲이번 정비계획 변경 심의 과정에서 종상향에 대한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도시계획위에서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정비계획 변경 전에는 용적률이 196.5%에 불과한데다 건축물의 높이도 평균 20층, 최고 25층으로 제한됐다. 이번 정비계획에서 신축 가구수가 증가했지만, 최고 층수는 여전히 25층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도시계획위가 현행 2종일반주거지역인 용도지구를 향후 3종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조합 입장에서는 최적의 결과를 받아든 셈이다. 또 서울시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이른바 ‘35층 룰’을 폐지하는 방안을 확정한 만큼 향후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본다.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될 경우 용적률 상향과 층수 완화로 사업성은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압선 지중화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지=송전탑은 인체에 대한 영향 여부를 떠나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단지 내에 송전탑이 설치되어 있고, 고압선이 지나간다면 아파트 가치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더구나 1,000가구 이상이 거주하게 될 단지 내에 송전탑이 인접해 있다는 것은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다소의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송전탑을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고압선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단지 내부는 물론 외부의 토지까지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중화 작업을 위한 토지의 사용승낙서를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일부 토지의 경우 매입을 요구해 최소 비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또 일부 토지의 경우 무려 토지사용에 대한 대가로 무려 196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합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33억원의 토지보상비로 사용승낙을 받았다.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우리 구역은 서울시의 끝자락인 동시에 경기도 부천시와 연접한 지역으로 서쪽의 관문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지하철 1·7호선 온수역의 초역세권인 만큼 편리한 교통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주택 노후화와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저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인근에 약 2,000가구 규모의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온수역 일대 지구단위계획 변경, 럭비구장 이전 등에 다른 대규모 개발에 따른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조합에서는 일대의 랜드마크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조합원들이 오랜 시간 재건축을 기다리면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현재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철저한 검토를 통해 사업계획을 수립한다면 부동산이 살아날 무렵에는 최고의 시장성을 갖춘 단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조합원들의 재산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조합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사업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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