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도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처럼 초고층 복합개발단지가 들어선다 [사진=심민규 기자]
서울 도심에도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처럼 초고층 복합개발단지가 들어선다 [사진=심민규 기자]

앞으로 서울 도심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처럼 초고층 복합개발단지 조성이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시대변화에 발맞춰 도시계획 체계를 개편하기로 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 혁신 방안’을 6일 발표했다.

현행 도시계획 체계는 제조업 시대에 마련된 것으로 주거환경 보호를 위해 토지의 용도(주거·상업·공업 등)와 밀도(용적률·건폐율)를 엄격하게 구분해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등 경제·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직주근접, 고밀·복합 개발 등 새로운 공간전략이 요구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혁신방안에 따르면 먼저 융복합 도시공간 조성을 위해 3종류의 공간혁신 구역을 도입한다.

도시혁신구역 유사사례 [자료=국토부 제공]
도시혁신구역 유사사례 [자료=국토부 제공]

▲도시혁신구역=경직적인 현행 도시계획으로는 민간의 창의적인 계획 수립과 융복합이 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지자체와 민간이 도시규제 제약 없이 창의적인 개발이 가능하도록 지난 2015년 도입된 입지규제최소구역을 전면 개편해 도시혁신구역(한국형 White Zone)을 도입한다.

도시혁신구역은 도시 내 혁신적인 공간 조성이 필요한 곳에 기존 도시계획 체계를 벗어나 토지·건축의 용도 제한을 두지 않고 용적률과 건폐율 등을 자유롭게 지자체가 정할 수 있게 한다. 다만 복합용도 목적에 맞게 단일용도 비율은 70%, 주거용도는 50+α 이하로 한정한다.

특히 민간 참여 활성화를 위해 민간 사업자가 도시혁신구역을 제안하는 경우 도시개발 사업구역으로 지정된 것으로 의제하고 제안자에게는 도시개발법상 사업시행 자격도 부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철도정비창 부지 등 민간이 선호하는 도심 내 유휴부지에 업무, 호텔, 주거, 병원, 공원 등의 다양한 시설이 고밀 융복합되는 개발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합용두구역 유사사례 [자료=국토부 제공]
복합용두구역 유사사례 [자료=국토부 제공]

▲복합용도구역=지금은 도시 관리 목적에 따라 주거·상업·공업지역 등 용도지역을 지정하고 그에 맞게 설치 가능한 시설과 밀도를 각기 다르게 허용하고 있다. 결국 주거지역내 오피스, 융복합 신산업 단지 조성 등 시대상 반영에 한계가 있다.

이에 주거지역 내 상업시설 설치, 공업지역에 주거·상업시설 설치 등 기존 용도지역의 변경 없이도 다른 용도시설의 설치가 허용되는 복합용도구역을 도입한다.

복합용도구역의 밀도는 주변과 조화로운 경관, 복합화 촉진 등을 고려하여 기존 용도지역의 용적률 범위 내에서 적용한다. 복합용도구역은 노후·쇠퇴 등으로 도시 변화가 필요하나 전면 재개발보다는 점진적·융합적 전환이 필요한 지역에 지정한다. 주거·공업·녹지 환경 보호를 위해 전용주거, 전용공업, 녹지지역은 적용이 제한된다. 이를 통해 노후 공업단지, 쇠퇴 구도심 등을 주거·문화・업무 복합지역으로 점진적 전환하여 직주근접 수요 등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체육시설, 대학교, 터미널 등 다중 이용 도시계획시설은 복합적인 공공서비스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용적률·건폐율·입지 제한 등으로 인해 단일·평면적 활용에 그치고 있다. 이에 도시계획시설을 융복합 거점으로 활용하고 시설의 본래 기능도 고도화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을 도입한다.

시설 복합화 또는 지하화 등을 추진할 경우 용도지역별로 설치가 제한된 도시계획시설도 설치를 허용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용적률·건폐율을 1.5~2배까지 상향해 줄 계획이다.

특히 도시계획시설에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민간의 국공유재산 장기사용 등 특례 부여도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추진한다. 이를 통해 도시계획 시설을 입체적으로 복합화하고 한정된 공간에 다양한 기반시설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정절차=특정 지역에 도시혁신구역과 복합용도구역을 적용할 경우 인근의 주거·교통 계획, 기반시설 등에 변화가 예상되므로 사전 영향 검토가 필요하다.

이 경우 도시혁신구역과 복합용도구역의 지정 위치 및 계획 내용, 도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담은 공간재구조화계획(제도 신설)을 수립토록 해 지역 단위의 공간계획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공간재구조화계획에 대한 민간 사업자 제안을 허용하고 재구조화계획 승인 시에는 기존 도시계획(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변경 효과도 부여함으로써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신속한 도시개발이 가능토록 절차도 간소화한다.

아울러 규제완화 효과가 큰 만큼 남용 방지를 위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간재구조화계획을 승인하도록 절차를 마련한다.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은 시설 단위의 계획인 만큼 일반적인 도시군관리계획 수립·변경 절차를 적용토록 한다.

▲공간혁신구역 적용으로 인한 공공기여도=공간혁신구역을 통한 규제 완화는 지가의 상승과 직결되므로 무분별한 개발방지를 위해 적절한 공공기여 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기존에 지구단위계획 지정·변경을 통한 이전부지·역세권 개발 등에만 적용되던 공공기여를 공간혁신구역까지 확대 적용한다. 환수방식은 기존과 같이 토지가치 상승 범위에서 지자체와 사업자간 사전협상으로 결정토록 하고, 지자체의 원활한 공공기여 제도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기여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n분 생활권 적용 예시 [자료=국토부 제공]
n분 생활권 적용 예시 [자료=국토부 제공]

▲n분 생활권 조성을 위해 생활권 도시계획 제도화=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파리 15분 도시 등 일상생활과 시간을 고려한 도시계획이 확산 추세이다. 이에 생활권 단위의 도시계획 활성화를 위하여 현재 도시군기본계획상 부문계획인 생활권계획을 생활권 도시계획으로 제도화한다.

생활권 단위의 도시관리가 필요한 지자체는 권역 내 개발방향, 생활 인프라 구축 계획, 밀도·높이 관리방안 등 생활권 중심 도시발전을 위한 생활권 도시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특히 지역 내 관광, 산업 등 일정기간 동안 체류하는 생활인구를 고려해 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상위계획인 도시군기본계획상 계획인구 및 토지개발물량 등을 조정할 수 있는 특례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프라와 자원은 갖추고 있지만 접근성 격차로 인해 지역별로 삶의 질의 차이가 나는 도시에서 일상 공간에서 주거·업무·문화·여가 생활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생활권 도시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는 공간혁신구역, 공간재구조화계획, 생활권 도시계획 등 새로운 혁신 제도들을 도입하기 위한 국토계획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달 안으로 개정안을 발의하고, 연내 하위법령 정비에도 나선다.

아울러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보완하고 민간에서 안정적인 제도 정착과 확산을 위해 공간혁신구역을 활용한 국토부 선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길병우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도시계획은 국토 이용의 제도적인 근간으로서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성장을 뒷받침해왔다”면서 “변화하는 경제·사회 환경에 맞춰 도시계획을 혁신함으로써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 삶의 질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주어진 틀에 박힌 도시개발에서 벗어나 도시계획에서 민간의 제안을 폭 넓게 허용하고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이 개발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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