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의 업무처리에 불만을 품은 청산대상자가 조합장을 상대로 총회 서면결의서를 위조했다고 고발한 사건에서 경찰관으로부터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모든 조합원의 휴대폰 번호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받자 조합장은 법률자문을 받아 임의제출을 거부하고 사건은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으로 종결된 사례.

재건축사업에 대하여 동의하지 아니한 토지등소유자 A는 조합 설립 이후 뒤늦게 동의하지 않은 사실을 후회했으나 버스가 떠나고 난 뒤 화풀이할 데가 없자 조합 임원들을 상대로 분풀이성 고소‧고발을 하고, 청산금을 증액해 달라는 억지를 부리면서 이주를 거부하며 버티었습니다.

이에 조합은 A를 상대로 명도청구 소송과 집행을 단행하고 대의원회의 및 총회의 의결을 거쳐 A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기로 의결한 후 소송을 했는 바, 이에 앙심을 A가 총회에 제출된 서면결의서가 위조되었다며 증거도 없이 고발한 것입니다.

수사관은 단 1주일 만에 피고발인 조합장을 소환하여 조사하는 등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하며 열의를 보였는데 조사 직후 수사관은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의 인적사항과 휴대폰 번호까지 제출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하여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조합원 108명 모두를 전수조사할 태세였습니다.

만약 조합원들이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면 그 내용을 떠나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뻔하고, 이례적으로 신속하고도 ‘전수조사’라는 무리수까지 두는 수사관의 태도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조합장은 즉시 법무법인 도시에 ‘수사협조의뢰’라는 미명 하에 조합에 보낸 경찰서장 명의의 공문에 따라 인적사항과 전화번호를 제출해야 하는 것인지 질의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①수사기관의 임의제출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 외에 ②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3자인 수사기관에 제공하여서는 아니 될 뿐만 아니라 ③제공한 조합장 또는 조합임원은 위 법 제71조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으며 ④조합 또한 위 법 제74조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바, 그렇게 되면 조합장이나 조합임원은 조합에 손해를 가한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습니다.

또한 압수·수색영장이 아닌 공문 형태로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수사기관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록 임의제출 형식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제공받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상 금지되어 있고 형사처벌 대상임을 경고하였으며 나아가 국가배상청구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명시하여 조합에 제공함으로써 수사관에게 간접적으로 경고의 메시지가 전달되게 하였습니다.

의견서 제출 2주 만에 경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였으며 검사는 단 4일 만에 추가 조사 없이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하였습니다.

만약 경찰관이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원 명부를 제공하고 조합원들이 무차별적으로 경찰관의 전화를 받고 위조 여부에 대한 추궁을 받았다고 한다면 조합원들의 불만 가득한 항의와 민원은 차치하고라도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었던 사안에서 조합장이 즉시 로펌의 법률자문을 받아 간단히 사건을 종결지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필자는 법무연수원에서 재개발‧재건축 전담 검사들을 상대로 강의하면서 이 사례를 소개하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의 관계를 설명하고 임의제출이라는 미명 하에 수집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는 합니다.

경찰과 검찰의 나쁜 관행은 시민의 정당한 요구와 이유 있는 거부 등 적법한 저항으로 개선될 것이며 떳떳하다면 설사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물며 경찰이나 검사라 할지라도 알아서 제출하라는 임의제출 요구에 응할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압수·수색을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임의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권리입니다. 그러니 수사기관의 임의제출 요구가 있다면 무작정 제출하지 말고 반드시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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