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조합장이 주소만 이전하는 방식으로 거주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조합장직을 ‘박탈’당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법원이 실거주를 하지 않은 조합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조합장은 선임일 적전 3년 내 1년 이상, 선임된 이후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때까지 정비구역에서 거주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조합장들이 실제 거주는 하지 않은 채 주소만 이전하는 ‘우회로’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상 거주의무가 ‘실제 거주’인지, 주민등록상 ‘주소’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거주의무를 실거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조합장이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있다면 당연 퇴임사유가 발생해 직무집행을 정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삽화=한국주택경제신문 편집국]

결정문에 따르면 해당 조합장은 지난 2022년 4월 연임을 통해 조합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었지만, 실제 거주 여부가 문제가 됐다.

조합장이 거주하고 있다는 주택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전기사용량이 3kw에 불과하고, 동일 기간에 가스 사용량은 ‘0’을 기록했다.

또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약 1년간의 수도사용량도 전무한데다, 2022년 4월부터 9월까지의 전기요금으로 기본요금만 납부했다. 나아가 조합장의 가족들은 정비구역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도 해당 주택에 거주하고 있지 않다는 근거가 됐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조합장으로 연임된 후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주택에 거주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도시정비법에 따라 재건축조합의 조합장 당연 퇴임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합장의 직무집행이 계속될 경우 분쟁이 장기화되고, 정비사업의 진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본안판결에 앞서 시급히 조합장 직무집행을 정지할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결정했다.

이보다 앞서 서울의 한 재건축조합에서는 선임 전 거주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조합장에 대해서도 직무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이 구역의 조합장은 2019년 4월 창립총회에서 조합장으로 선임됐다가 2021년 7월 임기가 만료됐다. 이에 따라 2021년 10월 정기총회에서 연임 결의를 통해 다시 조합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조합장 연임 결의 이후 실제 거주여부가 문제가 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조합장은 2016년 정비구역 내 주택을 증여 받았는데, 2021년 10월 A씨에게 전세금 1억원의 전세권 설정등기를 해줬다.

이후 조합장 자격요건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2022년 2월 전세권설정등기 말소등기를 경료했다.

그럼에도 조합원 거주요건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조합장으로 연임되기 전인 2021년 5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전기사용량과 수도사용량이 전혀 없었고, 가스요금을 납부한 내역도 없었다. 따라서 재판부는 약 8개월간 여름과 겨울을 거쳤음에도 전기와 수도, 가스를 사용하지 않아 거주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재판부는 다수의 주소를 가질 수 있다는 조합장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득세법 등의 법률에서 거주와 주소는 별개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고, 주민등록법에서도 주소에 대해 도시정비법과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재판부는 “조합장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는데, 당연 퇴임할 경우 직무수행으로 행한 행위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며 “향후 조합원들에게 불측의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점을 비춰 조합장의 직무집행정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