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개요=모 재건축조합은 입찰 과정을 거쳐 갑 건설사를 시공자로 성정하였고, 가계약까지 체결하였으나 그 후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일부 수정안을 반영한 공사도급 가계약의 추인 안건이 부결되었다(가계약서 상에 해당 계약이 가계약에 해당하여 추후 상세 조항에 대한 합의를 거친 후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해당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조합 총회의 추인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음). 위 부결 직후 갑 건설사와 재건축 조합 간 계약 조건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었으나 결렬되었고, 피고 조합은 정기총회에서 시공자 선정 취소 안건을 결의한 후 이를 갑 건설사에게 통보하였다. 이에 갑은 피고 조합을 상대로 본계약 체결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소로써 청구하였다.

2. 하급심 법원의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공사도급계약의 도급인이 될 자가 수급인을 선정하기 위해 입찰 절차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한 경우 입찰을 실시한 자와 낙찰자 사이에는 도급계약의 본계약 체결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고, 어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상대방은 예약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낙찰자의 결정으로는 예약이 성립한 단계에 머물고 아직 본계약이 성립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계약의 목적물, 계약금액, 이행기 등 계약의 주요한 내용과 조건은 입찰 공고와 최고가(또는 최저가) 입찰자의 입찰에 의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됨으로써 낙찰자를 결정할 때에 이미 확정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입찰을 실시한 자가 계약의 세부 사항을 조정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계약의 주요한 내용 내지 조건을 입찰 공고와 달리 변경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는 것은 이미 성립된 예약에 대한 승낙의무에 반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

본 사안의 경우 피고가 입찰절차를 거쳐 원고 회사를 시공자로 선정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공사도급계약의 본계약 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 관계가 성립하였고, 나아가 원고와 피고가 가계약까지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추가적으로 계약 조건의 변경 등을 계속하여 요구하다가 끝내 원고에 대한 시공자 선정을 취소하기에 이른 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예약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한 판단=공사도급계약의 수급인을 선정하기 위해 입찰 절차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함으로써 입찰을 실시한 자와 낙찰자 사이에 도급계약의 본계약 체결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였음에도 입찰을 실시한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낙찰자는 예약 채무 불이행으로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의 범우니는 원칙적으로 예약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의 손해를 한도로 하는데, 만일 입찰을 실시한 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낙찰자에 대하여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라면 낙찰자가 본계약의 체결 및 이행을 통하여 얻을 수 있었던 이익, 즉 이행이익 상실의 손해는 통상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므로 입찰을 실시한 자는 낙찰자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때 본계약의 체결과 이행에 이르지 않음으로써 낙찰자가 지출을 면하게 된 직 간접적 비용은 그가 배상받을 손해액에서 당연히 공제되어야 하고, 나아가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을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취지 상, 법원은 본계약 체결의 거절로 인하여 낙찰자가 그 이행 과정에서 기울여야 할 노력이나 이에 수반하여 불가피하게 인수하여야 할 사업상 위험을 면하게 된 점 등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는 판례를 설시하면서 원고가 이 사건 사업의 시공자로서 공사를 진행하여 완성하였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시공이익 약 100억 중 70%만을 인정하였다.

3. 결어=위 판결 관련해서는 첫째, 시공자 선정 후 가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점, 둘째, 시공사 선정 취소 과정에서 피고 조합의 귀책 사유만을 인정했다는 점 등을 유념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총회에서 이뤄진 시공자 선정만으로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불과해서 계약 협의 과정에서 협의가 결렬되어 시공자 선정 취소가 이뤄진 경우 별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례들도 있으며, 위 사안과 달리 시공자 선정 취소 과정에서 시공자의 귀책만이 있었다거나 아니면 쌍방 귀책이 있었다고 판단을 한다면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여부 및 그 손해액 인정 범위는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조합을 주로 대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가계약 직후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앞두고 시공자들이 그간 공사비 인상 요인 등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기존 가계약서와 사실 상 연결고리가 없는 본계약안을 들이대면서 사업 일정에 쫓기는 조합을 압박해서 본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는 바, 형평의 관점에서 이와 같은 시공사들의 실무 관행에 대해서도 차제에 소송 발생 시 시공사 측의 귀책을 엄격히 따져 조합이 그와 같은 부당한 요구에서 벗어나 별도의 손해배상의무 없이도 새롭게 대체 시공사를 선정하여 사업을 연속적으로 진행하게 할 수 있는 판결례들도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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