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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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직원의 홈페이지 운영 미숙으로 자료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조합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조합의 정보공개업무를 직원에게 맡긴 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조합장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지난 1일 ‘업무상 횡령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동대문 소재 A재개발 조합장에 대해 벌금 70만원에 1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조합장은 지난 2018년 11월 구 도시관리국 주거정비과로부터 ‘정비구역 내 노후건축물 안전점검’ 업무 관련 보조금 66만8,400원을 자신 명의의 계좌로 지급 받은 후 B씨에게 채무변제 명목으로 전액을 송금한 횡령 혐의를 받았다.

또 A씨는 ‘정비구역 내 노후건축물 안전점검 비용 지급 관련 자료 제출 협조 요청’ 공문을 받아 서울시 정비사업 e-조합시스템에 게시했지만, 조합원들에게 해당 게시글 열람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어 2020년 5월경까지 총 5회에 걸쳐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한 공문서와 이사회 회의록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현행 도시정비법상 조합임원은 이사회나 대의원회의 의사록, 정비사업 관련 공문서, 관련 자료 등이 작성·변경되면 15일 이내에 조합원이 알 수 있도록 인터넷 등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A조합장은 조합 직원의 홈페이지 운영 미숙에 따른 실수라고 주장했다. 해당 직원이 e-조합시스템에 일반 조합원에게 자동으로 공개가 되는 ‘업체계약’ 항목에 등록해야 했지만, 관리자에게만 공개되는 ‘계약관리’ 항목에 등록하는 실수로 인해 조합원에게 공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당시 e-조합시스템은 시범 운영 초기였고, 운영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직원이 실수한 것은 공개의무를 고의로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A조합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시정비법에는 조합원의 알권리 충족과 정비사업의 투명성·공공성 확보를 위해 조합을 대표하면서 각종 권한을 가지는 조합인원에게 적극적 작위의무인 자료 공개의무를 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즉 조합임원이 의도적으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지 않아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공개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합직원이 e-조합시스템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관련 자료가 공개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조합장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법원은 업무상 횡령과 정보공개 모두 의도적이 아닌 부주의에 따른 것이고, 대다수 조합원의 찬성으로 조합장 연임이 된 점 등을 양형인자로 고려해 벌금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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