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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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서면결의서를 문자메시지 사진 전송 방법으로 진행한 투표 결과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조합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전에 기표내용을 알 수 있는 만큼 비밀투표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재판장 전보성)는 지난 10일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사건에서 본안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조합장에 대한 직무를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2월 조합장 선출의 건 등을 안건으로 하는 정기총회를 3월 개최한다는 내용의 소집공고를 냈다. 당시 조합장에는 A씨와 B씨, C씨 등 3명이 입후보했다.

이보다 앞서 조합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 투표방법으로 우편에 의한 투표만 허용하면서 회송방법으로 △직접제출 △우편발송 △팩스전송 △문자 사진 전송으로 결정하고, 3월 1일부터 15일까지 문자메시지를 포함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는 등을 결의했다.

이후 선거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A씨는 B후보자와 표가 분산된다는 이유로 조합장 후보에서 사퇴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해당 문자에는 C씨를 기표한 조합원은 총회 입장 시 서면결의서를 철회한 후 B씨를 찍으라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총회 당일 조합원 198명은 서면결의서 제출을 철회한 뒤 직접 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장 선출의 건에 대한 개표결과 전체 조합원 2,560명 중 1,980명이 참석해 B후보가 854표를, C씨가 754표를 받아 각각 조합장과 부조합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조합장 선출 결의 과정에서 비밀투표의 원칙과 투표 방식, 선거관리규정 등을 위반한 선거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문자메시지 전송방식의 투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자메시지 전송방식은 투표방식 자체로 봐야 하는 만큼 선거관리위원회가 따로 정할 수 있는 회송방법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문자메시지 전송방식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에 기표내용을 집계할 수 있는 만큼 비밀투표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문자메시지를 수신할 때마다 종이로 인쇄한 뒤 우편으로 송부된 다른 투표용지 등과 함께 보관했기 때문에 사전 집계가 가능했다고 본 것이다. 사전 집계를 통해 결과가 총회 개최자 측에 불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총회를 연기하는 등의 인위적인 개입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재판부는 총회 직전에 A씨가 조합장 후보에서 돌연 사퇴한 것이 사전에 제출된 서면결의서의 기표결과를 미리 파악한 후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했다. 나아가 A씨가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C씨에게 기표한 서면결의서를 철회하고, B씨에게 투표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도 불법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서면의결권 행사자에 대한 본인 확인 의무도 준수했는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조합은 정관에 본인확인 관련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장 날인이나 신분증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본인확인절차를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장 날인 등의 방식으로 본인확인이 가능하다고 볼 수 없어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한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하고, 정관에 명시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본인확인의무를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조합장에 대한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한편 부조합장이 조합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만큼 조합장 직무대행자를 별도로 선정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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