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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의 무리한 요구로 본계약 무산땐 손해 감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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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의 무리한 요구로 본계약 무산땐 손해 감수해야
  • 심민규 기자
  • 승인 2022.11.1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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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주공2·3, 시공자 지위 소송 패소

현산·한화에 70억원 손해 배상 판결
조합, 마감재·공사비 변경 등 요구

법원 “가계약 벗어난 무리한 요구”
본계약 체결 의무 불이행이 사유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은 시공자와의 공사도급계약 과정에서 난항을 겪게 된다. 조합과 시공자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계약서에 포함시키기 위해 줄다리기를 하면서 원만한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조합에서는 본계약 협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시공자 선정을 취소하는 등의 강수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조합이 시공자 선정을 취소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법원이 조합의 무리한 요구 조건으로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시공자 선정을 취소했다는 이유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존 건설사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건설사로 교체하기 위해 기존 시공자와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자칫 대규모 손해배상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주 이도주공2·3단지 [전경=한주경 DB]
제주 이도주공2·3단지 [전경=한주경 DB]

▲조합 “인근 단지 입찰제안보다 불리… 협상 불가능”… 총회서 시공자 선정 취소=판결문에 따르면 이도주공2·3단지는 지난 2017년 9월 24일 임시총회에서 HDC현산·한화건설이 컨소시엄한 비전사업단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비전사업단은 입찰지침서에 따라 시공자 선정 3~4일 후 30억원(현산 16억5,000만원·한화 13억5,000만원)의 입찰보증금을 조합에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2018년 7월 조합은 비전사업단이 제출한 공사도급계약의 초안을 일부 수정한 내용으로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했고, 이튿날 대의원회도 가계약 체결의 안건을 승인하는 결의를 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조합은 계약조건이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변경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비전사업단에게 발송한다. 이에 따라 조합과 비전사업단은 공사도급계약서의 구체적인 계약조건 변경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2019년 11월 개최된 조합 임시총회에서 일부 수정사항을 반영한 가계약의 추인 여부가 안건으로 논의됐지만, 참석 조합원 약 89%의 반대로 부결됐다.

총회 이후에도 조합과 비전사업단은 계약조건을 놓고 협의를 계속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조합은 불합리한 계약조건들에 대한 개선이 미흡한 상황에서 협의를 진행할 경우 사업추진에 장애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시공자 선정 취소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어 조합은 2020년 2월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시공자 선정 취소 안건을 의결하고, 3월 비전사업단에게 선정 취소를 통보하는 공문을 다시 발송했다.

이에 비전사업단은 공사도급 가계약이 체결된 상황에서 조합이 계약의 주요 내용과 조건을 무리하게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조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 체결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만큼 공사를 완성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행이익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조합은 계약조건 변경을 요청하며 협의를 진행한 것은 예상보다 착공시기가 늦어진데 따른 필연적인 조정으로 재협상 요구가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비전사업단이 적극적으로 재협상에 나서지 않았고, 조합의 정당한 요구도 수용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법원 “조합, 무리한 요구로 본계약 체결 의무 불이행… 시공자에 70억원 손해배상하라”=재판부는 조합이 추가적으로 계약조건의 변경 등을 요구하다가 시공자 선정을 취소한 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 체결을 거절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시공자 선정으로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했고, 공사도급계약의 가계약까지 체결했기 때문에 공사도급계약의 본계약 체결의무를 이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비전사업단은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할 때부터 사업참여제안서와 공사도급계약서의 초안을 제출함으로써 계약조건을 제시한 후 조합의 평가를 거쳐 시공자로 선정됐다”며 “공사도급계약의 주요한 내용이나 조건은 상당 부분 결정이 됐다고 봐야 하고, 조합과 비전사업단 사이에는 계약의 세부사항을 조정하는 정도의 협상이 남아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공사도급계약서 초안의 일부 내용을 변경한 가계약을 체결했음에도 계약의 주요 내용 등에 대한 변경을 요구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당시 조합은 비전사업단이 인근 이도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의 입찰 과정에서 제출한 사업참여제안서와 내역이 달라 조합원들의 불만이 많다고 주장하며 참여제안 조건에 대한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두 단지의 사업규모나 비용, 사업성, 일반분양분 등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입찰참여 시점도 다른 만큼 사업참여조건이 동일한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나아가 비전사업단은 공사 마감재 수준과 지질 여건에 대한 공사비 변경을 수용하고,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도 재협의하기로 하는 등 조합의 요청 사항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점도 감안했다. 따라서 조합이 무리한 계약 조건의 변경을 계속 요구한 것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본계약 체결이 무산된 핵심적인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비전사업단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약 100억원 중 70억원 가량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시공자 선정 취소로 공사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시간적·금전적 비용의 지출을 대부분 면한데다, 입찰보증금 30억원도 곧바로 반환 받을 수 있다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시공이익의 70% 수준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재판부는 손해배상금에 대한 지연손해금과 입찰보증금에 대한 이자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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