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관련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이제 새로운 사안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정비업계가 어떤 곳인가. 수많은 토지등소유자들이 직접 참여해 그 어떤 유형의 개발사업보다 다이내믹하고 변동성이 크다.

그만큼 법률적 이슈의 스펙트럼도 넓고 다양하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자들의 순간적 오만함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새로운 이슈는 항상 쏟아져 나온다.

최근에 접한 ‘정비구역 입안대상지역’의 해석을 둘러싼 소송도 새로운 이슈 중 하나다. 재건축 조합이 정비구역의 면적을 확장해 달라는 취지의 정비구역 입안제안을 하였지만 인허가청이 거부하여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이어진 사안이다.

인허가청의 거부사유는 명확했다. 조례에 따르면 ‘입안대상지역’의 10% 이하 범위에서만 입안대상지가 아닌 토지를 정비구역에 편입할 수 있는데, 제안 내용은 그 비율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조합은 비율산정 방법이 이해되지 않았다. 인허가청이 10% 비율을 ‘기존 정비구역 면적’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조합은 조례가 말하는 ‘정비구역 입안대상지역’을 기본계획상의 ‘정비예정구역’으로 이해했다.

따라서 정비예정구역 면적을 기준으로 10% 이내이기만 하다면 조례 기준을 충족해 정비구역 입안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즉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행정심판위원회는 조합의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인허가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행정심판의 결과를 낙관하지 않았던 탓인지 조합은 별도로 법원에 소송도 제기해 두었던 것 같다.

소송과정에서도 조례가 규정한 ‘정비구역 입안대상지역’을 ‘정비구역’으로 보느냐 아니면 ‘정비예정구역’으로 보느냐가 주된 쟁점이었다.

행정심판과는 다를 수 있다는 조합의 기대와는 달리 1심 법원 역시 청구를 기각했다. 조례상 ‘정비구역 입안대상지역’은 기본계획상의 ‘정비예정구역’이 아니라 정비예정구역을 구체화한 ‘정비구역’으로 보아야 하고 10% 비율도 ‘정비구역’ 면적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옳다는 취지였다.

행정심판위원회와 1심 법원 결정이 쉽게 수긍이 갔다면 새로운 이슈의 발견이 아니라 성립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의 당연한 결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법령과 판결문을 꼼꼼하게 읽어보니 정밀하진 않지만 조합의 해석에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행정심판위원회와 1심 법원처럼 조례가 규정한 ‘정비구역 입안대상지역’을 ‘정비구역’과 동일한 것으로 해석하면 최초의 정비구역 지정시에는 그 기준이나 개념이 사라지고 만다는 맹점이 생긴다.

‘정비구역 입안’은 ‘정비구역 지정’ 보다 시간적으로 앞서는 개념이어서 정비구역 지정 전이라도 ‘정비구역 입안대상지역’의 개념을 상정할 수 있어야 한다. 행정심판위원회와 1심 법원의 논리는 선재하는 개념인 ‘정비구역 입안대상지역’을 ‘정비구역’과 동일하게 보거나 그 구속을 받도록 하는 해석론이기에 논리적으로 앞뒤가 뒤바뀌어 납득이 어렵다.

정비구역 지정권자의 계획재량이 근거없이 축소되는 것도 큰 문제다. 도시정비법령은 정비구역의 면적이 10% 이상 변경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는데 행정심판위원회와 1심은 조례가 그 범위를 10% 미만으로 제한했다고 해석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결론이 아쉽지만 구조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행정심판위원회나 법원만 탓할 일은 아니다.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논리로 심판기관을 설득할 궁극적 책임은 소송당사자와 대리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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