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전기통신설비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 내 건물 소유자로부터 건물 내부 또는 옥상 부분을 임차하여 중계기 등의 전기통신설비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가 있게 되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제1항에 따라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는 이전의 고시가 있는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으므로,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가 있으면 곧바로 조합이 전기통신사업자를 상대로 전기통신설비의 철거를 구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된다.

2. 관련 판례

먼저 전기통신사업법 제80조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설비가 설치되어 있는 토지등이나 이에 인접한 토지등의 이용목적이나 이용방법이 변경되어 그 설비가 토지등의 이용에 방해가 되는 경우에는 그 토지등의 소유자나 점유자는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전기통신설비의 이전이나 그 밖에 방해 제거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제1항), 기간통신사업자는 제1항에 따른 요구를 받은 경우 해당 조치를 하는 것이 업무의 수행상 또는 기술상 곤란한 경우가 아니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제2항), 그 조치에 필요한 비용은 해당 설비의 설치 이후에 그 설비의 이전이나 그 밖에 방해 제거에 필요한 조치의 원인을 제공한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제3항).

그리고 판례는 관리처분계획의 인가·고시가 이루어짐으로써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시설의 이전 등이 필요하게 되었으므로 통신시설이전의 원인을 제공한 재건축사업조합에게 전기통신사업법 제80조제3항에 따른 비용 부담 의무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16.11.18. 선고 2015나20751(본소), 2015나20768(반소), 대구지방법원 2019.11.21. 선고 2019카합10210 결정 등 참조).

그렇다면 전기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설비 이전비용 미지급을 이유로 조합의 전기통신설비 철거 청구에 대항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 판례는 건물 소유자로서 매도청구대상자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조합의 전기통신설비 이전비용 지급의무와 전기통신사업자의 그 소유 건물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이행 및 인도의무는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한 대립당사자간의 대가적 관계에 있는 채무에 해당한다고 보았고(서울고등법원 2016.11.18. 선고 2015나20751(본소), 2015나20768(반소)), 임차인에 불과한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조합의 전기통신설비 이전비 지급의무와 전기통신사업자의 조합에 대한 전기통신설비 철거의무에 대해서도 양자가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그 발생의 기초가 동일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아 단순히 전기통신설비의 철거를 구하는 조합의 청구를 기각하였다(대구지방법원 2019.11.21. 선고 2019카합10210 결정 등 참조).

3. 결어

재건축조합의 경우 임차권자에 대해 영업손실 등에 관한 손실보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대법원 2014.7.24. 선고 2012다62561, 62578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이 판례가 조합의 전기통신설비 이전비 지급의무와 전기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설비 철거의무가 동시이행관계로 본 것은 전기통신사업의 중요성과 전기통신사업법 제80조제3항에서 직접 설비 이전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비용 부담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러므로 조합으로서는 전기통신설비 이전비를 지급하지 않고는 곧바로 해당 설비에 대한 철거를 구할 수 없고, 설령 소송을 통해 전기통신설비의 철거를 구하면서 그 이전비용에 대한 감정을 거친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이 소요되어 전체 이주 및 철거 절차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 이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미리 전기통신사업자와 쌍방이 수용가능한 이전비용에 합의하여 이행협약 등을 체결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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