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잊을 만 하면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된다. 각종 매체는 주기적으로 정비사업을 비리의 온상으로만 전락시키고 있다. 심지어 간혹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정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묘사되면서 이른바 힘 있는 자들의 도구로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재개발·재건축 비리 적발해도 처벌은 100건 중 2건에 불과’하다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국토부와 서울시 합동점검 결과를 집계해 발표한 내용이다.

보도자료는 제목부터가 자극적이다. 글귀 그대로만 해석하면 처벌이 미약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반대로 생각하면 2건을 제외한 98건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는데도 말이다. 합동점검 여부에 상관없이 집행부가 일을 잘 추진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31개 사업장에서 적발한 건수는 603건이다. 이중 290건은 행정지도로 끝났다. 수치상으로는 약 48%다. 단순 행정지도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더욱이 점검 대상 사업장 중에는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거나, 철거 및 착공 단계에 돌입한 사업장도 부지기수다. 정비사업은 법적 절차와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각 단계별로 지자체의 인허가 없이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구조다.

이번에 적발된 사업장들은 합동점검을 받기 전 사업계획, 관리처분 등의 과정에서 인허가를 위해 별도로 지자체의 검토를 받았을 것이다. 즉, 합동점검 결과 적발 건수가 많았다는 점은 감독 권한을 가진 인허가권자가 관리에 소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비사업에 대한 자극적인 소재로 여론을 집중시킬 수는 있다. 물론 ‘불법’을 자행한 곳은 처벌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의미를 부여해 부정적인 이미지만 씌우고자 한다면 강화된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 부족에 시달릴 수도 있다.

정비사업은 가용할 택지가 없는 구도심에서 주택공급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넘치는 수요를 충족시켜 시장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공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기부채납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 및 기반시설 확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순기능을 따져봤을 때 주택공급, 시장안정, 공공성 확보 모두 가능하다. 겉으로 드러난 일부 ‘비리’만 부각된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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