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은 이사회나 대의원회를 개최한 경우 의사록을 작성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하여 의사록을 작성하지 않은 조합임원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사회나 대의원회 속기록은 언제나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업체선정이나 용역계약, 임·대의원의 선임·해임·징계, 조합원 자격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중요한 회의에 한하여 작성하면 된다.

비공식 비밀회의라면 모를까, 회의 후 기록을 남기는 것은 몸에 밴 상식에 가까워서 작성한 의사록을 깜빡 잊고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봤어도 의사록을 아예 작성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 때 의사록은 얼마나 자세히 적어야 할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의사록과 속기록을 구분하여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록에는 회의의 진행과정, 안건에 대한 설명, 사회자나 의장, 참석자의 발언내용 등을 녹음하듯 모두 적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시정비법은 의사록을 작성하라고만 할 뿐 구체적인 작성방법이나 의사록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합은 건전한 상식에 기초하여 나름의 기준으로 의사록을 작성하면 된다. 회의 일시·장소, 참석자, 상정 안건별 처리결과(찬성 △표, 반대 □표, 무효 ○표)를 기재하고 말미에 참석자의 서명날인을 받는 방법이 보통이다. 회의 당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및 그 요지까지 기재하고 계신 조합이 있다면 모범적인 업무사례로 뽑힐만하다.

그런데 최근 몇몇 법원에서 조합이 의사록을 작성하였음에도 그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조합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어 실무상 혼란을 주고 있다. 부실하게 작성된 의사록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도시정비법이 말하는 ‘의사록’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처음부터 의사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법원의 논리다. 부실기재의 판단기준은 사례마다 조금씩 달랐다. 참석자 성명 미기재, 직접 참석자와 서면결의 참석자 미구분, 안건 처리결과의 포괄적 표기 등이 지적되었는데 공통적으로 지적된 사항은 회의 당시 있었던 구체적인 발언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회의 당시 구체적인 발언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반박하기 어렵지만 법이 정한 기준이 없고 부실하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상황에서 의사록에 그러한 사항을 기재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고 그로 인해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대다수 조합의 실무와도 괴리가 있다.

이를 좀 더 어려운 말로 바꾸어보면 위 판결들은 범죄 구성요건요소인 ‘의사록’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하고 법률상 근거없이 ‘의사록 부실작성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창설한 것으로써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을 위반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령에서 쓰인 용어에 관해 정의규정이 없는 경우 사전적인 정의 등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의미에 따라야 하는데 의사록의 사전적 정의는 ‘회의의 경과 및 결과를 기재한 기록’(출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일 뿐이다. 도시정비법과 달리 의사록 작성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이 다수 존재하는데, 회의의 경과 및 결과 기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회의 당시 구체적인 발언내용까지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조합원의 알권리 충족이나 투명한 정비사업 추진이라는 규제목적만을 내세워 헌법상 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도외시해서는 안된다.

다만 이런 판결례가 있는 이상, 향후 작성할 의사록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시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조합이 작성하고 있는 의사록이 충분한지 다시 한번 점검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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