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명도소송 도중 토지등소유자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였으므로 조합이 이를 대신 지급하여야 한다는 항변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세입자의 지급청구가 있는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0조제2항에 따라 조합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때 세입자의 부동산 인도의무와 조합의 보증금지급의무 간의 관계가 문제가 된다.

최근 대법원은 토지보상법에 따른 주거이전비 지급의무는 세입자의 인도의무보다 선이행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해당 취지를 조합의 보증금지급의무에도 적용하여 보증금 역시 부동산 인도에 앞서 이행하도록 하여 세입자를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주거이전비와 보증금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의견으로 타당하지 않다. 주거이전비의 경우 토지보상법에 근거하여 거주자가 취득하는 공법상 권리로서 정비사업으로 인한 손실보상의 성격을 지닌 금전이다.

반면 도시정비법 제70조제2항의 보증금지급의무는 조합과 토지등소유자 중 1인의 변제로 보증금반환 채무가 소멸한다는 점, 조합이 변제할 경우 토지등소유자에게 전적인 구상의무가 발생한다는 점, 조합에게 최고·검색의 항변권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민법상의 연대보증채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임대차계약 관계에 따라 토지등소유자가 지니는 항변권은 모두 조합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동시이행의 항변권 역시 유지된다고 새기는 것이 옳다. 이와 같은 법률관계에 공법상 권리인 손실보상과 관련된 판례의 취지를 적용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조합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피고들의 이 사건 각 점유부분 인도의무는 이행상 견련성이 있어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고, 이러한 법원의 입장은 주거이전비에 관한 대법원 판례 이후에도 최근까지 유지되고 있다(2022.3. 서울중앙지법 등).

그런데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세입자들이 조합에 대하여 보증금지급청구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할 경우 이를 지급하여야 하는 조합으로서는 사업비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 보증금반환을 거부하려 하는 토지등소유자에게 아래와 같은 사실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도시정비법 제70조제3항은 조합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지급한 경우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구상권의 행사범위에는 원금뿐만 아니라 면책일(보증금 지급일) 이후 민법상의 연 5% 법정이자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판례 역시 “(조합의) 임대차보증금 지급일로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이와 동일하게 판단한 바 있다(부산지방법원). 자신의 보증금반환의무를 해태한 토지등소유자에게 면책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조합에게 반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조합의 보증금지급의무는 앞서 살폈듯이 연대보증채무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연대보증에 관한 민법 제448조 및 제425조는 구상권의 범위에 면책된 날 이후 법정이자뿐만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비용 기타 손해배상’까지도 포함하도록 규율하고 있는데 비하여 도시정비법 제70조는 구상권의 범위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법령 정비를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구역 내에 보증금반환을 거부하려 하는 토지등소유자가 있다면, 조합이 대신 보증금을 지급할 경우 위와 같은 법정이자의 부담이 부과될 수 있으며 여기에 더해 구상금청구소송이 진행된다면 소송촉진법에 따른 이자(현행 연 12%) 및 소송비용까지 추가된다는 사실을 안내하여 가급적 자발적으로 보증금을 반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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