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경기 군포시 산본신도시의 리모델링 단지들이 정부가 발표한 8·16대책에 리모델링 관련 내용이 빠져 실망감을 안겨준 상황 속에서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 정부가 후보 시절 리모델링 활성화 공약을 내세운 만큼 첫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8·16대책에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으면서 일부 초기 단지들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그럼에도 1기 신도시인 산본의 아파트들은 중·고층 단지가 밀집해 높은 기존 용적률로 대다수가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미 조합설립을 마친 단지가 5곳, 추진위원회를 발족했거나 준비 중인 단지가 7곳에 달한다. 현재 규모가 약 1만4,000가구 이상으로, 리모델링을 마칠 경우 1만6,000가구가 넘는 규모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이에 군포시도 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표=홍영주 기자]
[표=홍영주 기자]

▲조합설립인가 받은 5개 단지, 건축심의부터 시공자 선정까지

산본 우륵아파트 [사진=DL이앤씨 제공]
산본 우륵아파트 [사진=DL이앤씨 제공]

일찌감치 리모델링에 나섰던 단지들은 건축심의부터 시공자 선정까지 진행하면서 앞서가고 있다. 산본신도시에서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총 5개 단지다. 선두인 우륵주공7단지는 지난 1994년 지어졌다. 현재 최고 25층 아파트 15개동 1,312가구 규모다. 향후 리모델링으로 196가구가 늘어나 최고 25층 높이의 아파트 17개동 1,508가구로 다시 짓는다. 늘어난 196가구는 일반분양해 조합원 분담금을 절감한다.

지난 2021년 DL이앤씨를 선정하고 올해 3월 1차 안전진단을 C등급으로 통과했다. 조합은 7월 말 교통영향평가 심의 접수를 완료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상반기 건축심의를 접수하고 하반기 최종 통과한다는 방침이다.

율곡아파트 [사진=DL이앤씨 제공]
율곡아파트 [사진=DL이앤씨 제공]

최대 규모인 율곡아파트는 최고 25층 21개동 2,042가구로 구성된 대단지다. 수평·별동 리모델링으로 지하2~지상25층 높이의 아파트 2,348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리모델링으로 306가구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 단지도 시공을 DL이앤씨에 맡겼다. 현재 교통영향평가 보고를 제출한 상태로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건축심의를 접수할 계획이다. 안전진단은 지난 4월 C등급으로 통과했다.

지난 19일 경기 군포시 개나리13단지아파트가 리모델링 시공자로 포스코건설을 선정했다. 포스코는 이번 수주로 누적 수주액이 4조원을 돌파한 상황이다.[조감도=조합 관계자 제공]
지난 19일 경기 군포시 개나리13단지아파트가 리모델링 시공자로 포스코건설을 선정했다. 포스코는 이번 수주로 누적 수주액이 4조원을 돌파한 상황이다.[조감도=조합 관계자 제공]

지난 1995년 준공된 개나리주공13단지는 현재 1,778가구에서 2,044가구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일반분양분은 266가구다. 이 단지는 지난달 22일 안전진단을 B등급으로 통과하고 건축심의를 앞두게 됐다. 시공은 지난해 12월 포스코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맡았다.

지난 23일 경기 군포시 무궁화주공1단지가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을 위한 두 번째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그 결과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석했다.[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지난 23일 경기 군포시 무궁화주공1단지가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을 위한 두 번째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그 결과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석했다.[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무궁화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 6월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하고 1차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있다. 단지명은 ‘힐스테이트 아트리채’로 정했다. 이곳은 최고 15층 높이의 아파트 15개동 1,329가구로 구성됐다. 앞으로 리모델링을 통해 115가구를 늘려 1,444가구로 재탄생한다. 총 공사비는 4,158억원 규모다. 조합은 10월 중 안전진단을 마치고 내년 초 결과 통보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악주공8단지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설악주공8단지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가장 최근에 조합을 설립한 설악주공8단지는 시공자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미 한차례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참석사가 없어 유찰되면서 조합은 9월 5일 새로운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냈다. 조합은 기존 제한경쟁입찰에서 일반경쟁입찰로 변경해 가격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5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 단지는 최고 25층 1,471가구로 이뤄졌다. 향후 수평·별동 리모델링을 통해 220가구를 늘린 1,691가구로 다시 짓는다.

 

▲조합설립 위한 동의서 징구 한창인 단지들, 같은 목표인 창립총회를 향해 달린다

추진위원회 단계의 단지들은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 징구에 나서면서 창립총회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경기 군포시 덕유주공8단지가 이르면 8월말 중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곳은 리모델링을 통해 최고 15층 높이의 아파트 267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경기 군포시 덕유주공8단지가 이르면 8월말 중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곳은 리모델링을 통해 최고 15층 높이의 아파트 267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덕유주공8단지는 이미 조합설립을 위한 법정 동의율을 충족했다. 현재 70%가량의 동의율을 확보한 상태다. 추진위는 9월이나 10월 중 창립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곳은 최고 15층 3개동 267가구로 지난 1996년 입주했다. 리모델링으로 25가구를 늘려 292가구로 탈바꿈한다.

시공자 선정이 가시화되자 대우건설, 쌍용건설 등이 시공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기 군포시 한양백두아파트의 리모델링사업 조합설립이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추진위는 동의율 약 65%를 충족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법정 동의율은 약 66.7%로, 1.7%p 정도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경기 군포시 한양백두아파트의 리모델링사업 조합설립이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추진위는 동의율 약 65%를 충족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법정 동의율은 약 66.7%로, 1.7%p 정도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백두한양9단지와 퇴계주공3단지도 각각 65%의 주민 동의율을 보이면서 법정 동의율에 바짝 다가섰다. 먼저 백두한양9단지는 최고 25층 18개동 930가구로 대지면적이 5만2,700㎡이다. 현재 최고 25층 18개동 930가구 규모다. 수평·별동 증축으로 130가구를 늘려 1,060가구로 리모델링한다는 방침이다.

경기 군포시 산본 퇴계3단지 [사진=네이버 항공화면 갈무리]
경기 군포시 산본 퇴계3단지 [사진=네이버 항공화면 갈무리]

퇴계주공3단지의 경우 1995년 준공돼 최고 20층 9개동 1,99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구성됐다. 수평·별동 리모델링을 통해 2,202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리모델링으로 210가구가 늘어난다. 지난 4월부터 동의서 징구를 시작해 5개월 만에 65% 정도의 동의율을 기록했다.

퇴계주공3단지 추진위 관계자는 “우리 단지는 약 2,000여가구의 대단지에 초·중·고를 모두 품고 있어 입지가 훌륭하고 산본역 초역세권”이라며 “오는 10월 중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연내 조합설립인가, 내년 상반기 시공자 선정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 충무주공2단지2차아파트 일대 [사진=카카오맵 갈무리]
경기 군포시 충무주공2단지2차아파트 일대 [사진=카카오맵 갈무리]

지난 1993년 준공된 충무주공2단지2차아파트는 최고 20층 4개동 476가구 규모로 건설됐다. 리모델링으로 70가구를 늘린 546가구로 증축한다는 구상이다. 추진위원회는 지난 6월 19일부터 동의서 징구에 착수해 현재 50% 이상의 동의율을 확보했다. 대우건설·쌍용건설이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금강9단지1차아파트 [조감도=조합 제공]
금강9단지1차아파트 [조감도=조합 제공]

금강9단지1차아파트는 지난달 22일부터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 징구에 나섰다. 현재 5% 가량의 동의서 징구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수평·별동 리모델링으로 1,515가구 규모로 다시 지을 계획이다. 현재는 최고 25층 15개동 1,318가구로 구성됐다. 리모델링으로 늘어난 197가구는 일반분양한다. 현대엔지니어링, 쌍용건설, 한화건설이 시공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1,040가구 규모의 한양목련아파트는 최근 추진위원회 발족을 마쳤고, 624가구의 동백우성아파트는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초기단지 일부 재건축 전환 목소리도

정부의 공약 불이행으로 리모델링 대책이 마련되지 않자 1기 신도시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8·16대책에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증축형 리모델링 활성화 관련 내용이 한 글자도 담기지 않으면서 생긴 문제다.

실제로 산본신도시 내 일부 리모델링 단지에서 주민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의 부재로 리모델링 반대 입장의 주민들이 재건축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복수의 산본신도시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사업이 무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일례로 A단지의 경우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 징구가 상당량 진척됐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진전되지 않으면서 사업이 정체됐다. 또 B단지는 추진위원회 구성까지 마쳤음에도 재건축으로 기수를 틀었다. 리모델링 추진을 구상하던 C단지도 최근 재건축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기 신도시의 대다수 아파트들은 높은 용적률과 층수 등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1기 신도시 활성화 이야기가 나왔음에도 실효성 있는 정책은 마련되지 않으면서 혼란만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1기 신도시도 출범 30년을 넘기면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해지는 가운데 신속한 사업방향 정립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본 리모델링 단지 관계자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리모델링 활성화를 약속하면서 일대 기대감이 커졌는데 이제는 반대로 실망감만 드는 상황”이라며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이 결국 대선과 총선 표심잡기용에 그치는 게 아닐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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