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계획에는 ‘임시거주시설을 포함한 주민이주대책’과 ‘세입자의 주거 및 이주대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주대책을 사업시행계획에 포함하도록 정한 취지는 장차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되는 주택의 소유자 및 세입자에 대하여 주거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신속한 이주를 통한 정비사업의 시행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민이주대책의 수립이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의무사항이긴 하나 반드시 임시거주시설 수용방식의 이주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주택자금 융자알선 방식의 이주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무방하다. 세입자에 대하여는 자격요건에 따라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토지보상법에 따른 이주정착금, 주거이전비, 동산이전비(이사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주대책을 정할 수 있다.

이주대책에 관한 도시정비법 규정의 문언이 포괄적이고 예시적인 형식으로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사업시행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조합이 그 이주대책을 위하여 설정한 기준은 형평에 반하는 등 객관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사업시행계획은 정비사업에 대한 종국적인 계획이 아니라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수립되는 전체 사업에 대한 포괄적인 계획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이 간다.

재개발조합 표준정관에서도 조합원에게는 임시수용시설에 수용하거나 주택자금을 융자 알선하도록 하고, 세입자에게는 시·도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토지보상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결국 본질은 재개발사업으로 인하여 구역 내 거주자들의 이주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다른 거주지를 직접 제공하거나, 또는 다른 거주지를 마련할 수단, 즉 재원을 제공해 주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합원 및 세입자가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조합의 비용으로 따로 임시수용시설을 설치하거나 구역 외 임대주택을 마련하여 제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거의 모든 재개발조합은 주택자금 융자알선 방식을 채택하여 조합원 이주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주비의 지원을 원하는 조합원에게 조합이 금융기관 또는 시공자와 약정을 체결하여 조합원의 담보능력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설령 담보능력이 부족하여 실제 주택자금을 대출받을 수 없는 조합원이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이주대책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간혹 세입자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조합이 알선하는 내용의 이주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재개발구역 내 소유하고 있는 토지나 주택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조합원과 달리 세입자는 이주비 대여를 위한 물적 담보를 일괄적으로 설정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세입자에게 직접 주택자금의 융자를 알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원도 통상의 경우 세입자는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고 임대인인 주택 소유자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아 이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유자의 경우만큼 임시수용시설에 상응하는 조치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합의 반대편에 선 비대위 측에서 사업시행계획에 임시거주시설 수용방식 또는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이주대책이 누락되었다는 이유로 사업시행계획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도시정비법의 명시적 문언과 국토교통부가 보급한 표준정관, 다수 판례의 일관된 입장, 재개발사업의 현실적 고려 등을 종합해 보면 이러한 소송은 법리적인 이유보다는 사업을 지연시키고 조합을 압박하려는 목적이 더 큰 것 같다.

지루한 분쟁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해서는 조합이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기준을 세워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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