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서울 소재 모 조합에서 조합원 발의로 해임 총회를 하면서 의결 방법으로 정관에서 정한 전자 투표 방식을 도입하였다. 이에 해임된 조합 임원 중 일부가 전자 투표 방식을 활용한 것은 위법한 의결권의 행사로서 전자 투표 방식에 의한 의결권 행사자를 제외하면 의사 정족수 미달임을 이유로 이유로 해임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였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전자투표와 관련 제45조제8항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3조제1호에 따른 재난의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시장·군수 등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는 바, 그와 같은 예외 사유가 아닌 경우에 정관에 정하였다고 하여 전자 투표를 활용할 수 있는지 문제되었다.

2. 법원의 판단=채무자 정관은 ‘전자투표에 의한 의결권 행사 방법을 추가하면서’ 본인 확인에 관하여 “서면결의서의 본인 확인 방법으로는 서면결의서 제출 시 신분증을 복사하고, 지장을 날인케 하거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의결권이 행사된 사실을 본인에게 통보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채무자는 휴대전화의 본인 인증을 거친 조합원들에 한하여 전자투표를 허용하고, 전자투표를 마친 조합원에게는 위 규정에 따라 확인 문자를 발송하는 등의 합리적인 방법으로 본인 확인 절차를 이행하였다.

채무자 조합원들의 전자투표 내용은 열람 가능한 상태이고,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때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의2에서 정한 서면요건도 충족한다(채무자는 이를 출력하여 제출하였고 달리 그 내용이 저장 후 수정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 따라서 전자적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효력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제1항).

채무자가 조합원들에게 제공한 전자투표 플랫폼 내에는 투표 철회 기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자적 방법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였다고 해서 그 철회도 반드시 전자적 방법으로 허용할 필요는 없다. 채무자는 전자투표를 한 다음 철회의 의사표시를 한 조합원에 대하여 본인 확인을 거친 다음 철회서를 제출받는 방법으로 철회를 인정하였다. 이러한 철회방법은 서면결의서를 철회하는 경우와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특별히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총회에서 채무자의 조합원들이 전자적 방법으로 행사한 의결권은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3. 검토=재판부는 “더 나아가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고 권리관계의 안정과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자 하는 도시정비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면 서면 외의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 전자적 방법은 그 편의성 및 효율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조합원의 의사를 보다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도시정비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휴대전화로 각종 본인 인증을 비롯하여 금융업무 및 상품거래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본인 확인이라는 측면에서도 서면이 전자적 방법보다 더 우월한 의결권 행사방법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집합건물의 관리에 관한 법률, 공동주택관리법, 상법 등은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위 법률이 규율하는 단체들은 다수의 이해관계인들에 의한 의사결정이 상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실질적 차이가 없으므로 유독 도시정비법에서만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할 필연적 이유도 없다”고 하였는데, 전자 투표 도입 초기 단계에서 일부에서 전자 투표의 경우 위변조 가능성, 개표 조작 가능성 등이 제기되었는데 그와 같은 부분은 현재 기술 수준 하에서 예방 내지 사후 검인이 가능하고, 일부에서 제기되었던 노령층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서면결의서와 병행하는 기초 위에서 전자투표 방식도 일상 생활에서 이미 많이 활성화 되었다는 점도 일정 부분 반영된 판단으로 보이는 바, 일선 조합에서는 총회 개최 시 정관에 근거가 있다면 전통적인 서면결의 외에 전자투표 방식도 일정한 요건 하에서 도입해볼만 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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