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조합 정관은, 총회를 개최할 경우 총회의 목적과 안건 등에 관하여 미리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한편, 총회에 상정할 안건에 대한 사전심의를 대의원회나 이사회의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관 규정에 반하여 총회에 상정할 안건에 대해 이사회나 대의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 총회결의는 유효할까.

이는 총회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서 빈번히 다투어지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소송 외에서도 종종 이슈가 되는 경우가 있다.

조합이 총회에서 가결된 안건을 반영하여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한 것에 대해 주무관청이 ‘대의원회나 이사회의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

이에 대한 판례의 입장은 완전히 통일되어 있지는 않다. ‘도시정비법 및 조합 정관의 취지는 대의원회에서 총회 부의 안건에 대하여 충분한 토론 및 심의를 거치고, 그를 통하여 조합원들에게 결의를 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총회에서 조합장 및 임원들을 견제하고 총회가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대의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총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판례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튀는 판결이 있다고 하여 대세에 지장은 없다. 절대 다수의 판례는 ‘총회는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총회의 다수결은 모든 조합원을 구속하는 반면 위와 같은 대의원회 및 이사회의 심의·의결은 단체 내부의 의사결정에 불과하므로, 설령 조합이 총회에 안건을 상정함에 있어서 이에 관한 대의원회 및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이는 총회의 결의를 무효로 할 만한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거의 확립된 판례로 보아도 무방하다.

총회 안건에 대한 사전심의 절차를 정하고 있는 정관을 위반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총회가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전체 조합원들의 총회 참여기회나 의결권 행사 등에 미친 영향, 총회, 대의원회 등과 이사회의 관계 및 각 기관의 기능, 역할과 성격, 총회 참석 조합원들의 결의 과정과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정관 규정을 위반한 하자가 총회 결의의 효력을 무효로 할 만한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라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총회는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서 총회의 의결은 모든 조합원들을 구속하는 반면 대의원회와 이사회의 결정은 내부의 의사결정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총회 안건 상정에 대한 대의원회 및 이사회의 사전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이 총회 결의를 무효로 볼만한 중대한 하자라고 볼 수 없다’고 본 판례들은 총회와 대의원회, 이사회의 기능과 법적 성격, 각 기관의 관계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지극히 타당하다.

이처럼 대의원회나 이사회의 사전심의나 의결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총회 의결을 무효로 보지 않는 판례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무관청은 몸을 사린다. 일반론은 모르겠고,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올 때까지는 수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주무관청으로서의 관리감독 의무, 반대파의 민원 가능성과 이에 대한 책임소재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업무처리가 이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법원에서 확립된 해석되었다고 보아도 될 쟁점에 대해서 무작정 판단을 미루고 이를 반려하는 것은, 그 의도야 어떻든 간에 관리감독의무를 넘어서 부당히 사업 진행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곤란하다. 특히 아무도 소송을 통해 총회결의 효력을 다투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변경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합에게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들의 면죄부가 될 법원의 판단을 받아올 것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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