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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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조합원이 자신의 분양내역에 대한 정보를 넘어서 다른 조합원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분양내역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받을 것까지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서울고등법원

“분양대상자 전원의 분양 관련 정보를 조합원들에게 통지하지 않고,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관리처분계획(안)을 총회에서 심의 표결해 조합원들의 의결권을 침해했다” 

 

관리처분계획 총회 전에 통지해야 하는 ‘분양대상자별 분양 관련 정보’의 범위를 두고 대전고등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각자 다른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고법은 지난 2019년 1월 분양대상자별 분양내역에 대해 ‘조합원 본인’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고법은 조합원 본인은 물론 분양대상자 전체에 대한 분양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관리처분계획은 무효라는 상반된 판결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관리처분계획 관련 통지 범위에 대한 실무를 두고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선 조합, 관리처분 전 조합원별로 종전·분양예정자산 통지… 대전고법도 “개별 조합원 자신의 분양내역 통지로 해석해야”=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총회 개최 1개월 전에는 △분양대상자별 분양예정인 대지 또는 건축물의 추산액 △분양대상자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 △정비사업비의 추산액 및 조합원 분담규모 및 분담시기 등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조합이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분양대상자별 종전자산 및 분양예정자산 가격 등을 사전에 조합원들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관리처분총회 전에 법적으로 통지해야 하는 분양대상자별 추산액 등 분양 관련 정보의 범위이다. 해석에 따라 “조합원별로 자신의 분양내역만 통지”하면 되는 것인지, “전체 조합원에 대한 각각의 분양내역을 모든 조합원에게 통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조합원별로 향후 분양을 받을 아파트의 가격과 해당 조합원의 자산 금액을 통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향후 추가부담금이나 환급금 규모를 추산할 수 있는 만큼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판단에서다.

더불어 총회 후에 분양대상자 전원에 대한 분양 관련 정보 등이 담긴 서류를 토지등소유자에게 공람하고,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친다는 점도 반영됐다. 다른 조합원의 종전자산이나 분양예정자산 가격을 알고 싶다면 공람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전고등법원도 업계의 해석에 힘을 실어줬다.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최창영)는 지난 2019년 A구역재개발조합을 상대로 한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에서 조합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원고인 D씨는 분양대상자별 분양내역에 관한 정보를 총회 의결 1개월 이전에 조합원에게 문서로 통지해야 하지만, 개별 조합원들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해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도시정비법상 분양대상자별 통지 규정은 개별 조합원들이 자신의 분양내역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아 총회의결 시에 관리처분계획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기초자료로서 기능하도록 하는 취지”라며 “개별 조합원들의 분양내역에 관한 모든 정보를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총회 회의 자료로 다시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조합원이 자신의 분양내역에 대한 정보를 넘어서 다른 조합원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분양내역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 받을 것까지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관리처분계획안을 의결하기 위한 총회회의 자료에 개별 조합원별 권리 내용까지 일일이 명시하여 해당 자료를 조합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송부하고, 해당 총회에서 그러한 내용까지 심의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조합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이행이 곤란하다”고 판시했다.

 

▲서울시도 “개별 조합원 해당 사항만 통지” 해석… 서울고법만 “전체 조합원 내용 통지” 판결=서울시에서도 조합원에 대한 통지 내용을 해당 사항이라고 해석했다. 시는 지난달 한 민원인이 관리처분계획 중 조합원에게 통지하는 사항에 대한 범위를 묻는 질문에 “각 개별 조합원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관리처분계획 수립 사항을 의결하기 위한 총회를 개최하기 전에 일부 사항을 각 조합원에게 별도 통지해야 하는데, 이때 통지사항은 전체 조합원에 대한 내용이 아닌 개별 조합원에게 통지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고법이 기존의 해석과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실무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고법 제9-3행정부(재판장 조찬영)는 지난 6월 B씨가 C구역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조합의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 구역은 지난 2018년 12월 총회 개최 전인 11월 조합원 전원에게 분양예정자산 추산액 등이 기재된 문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당시 문서에는 통지를 받은 조합원 자신에 관한 분양 관련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다른 조합원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이후 조합은 총회를 개최한 후인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45일간 인가 신청 예정인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공람을 실시했다. 이때 공람서류에는 분양대상자 전원에 대한 분양예정자산 추산액 등이 포함됐다.

이에 B씨는 조합이 전체 조합원에 대한 분양 관련 내용을 통지하지 않아 총회 결의에 하자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가 B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관리처분총회에 참석하는 조합원은 조합원들 사이의 형평에 맞게 진행되는지에 관해서도 검토 후 이의를 제기하거나, 관리처분계획안에 관한 의결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아야 한다”며 “조합원들이 이러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관리처분총회에서 의결하게 된다면 입법취지가 몰각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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