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 한강을 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한강뷰는 서울 아파트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프리미엄 중 하나다.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는 오색 빛 하늘, 강 물결이 만들어내는 은은한 반짝거림, 길게 늘어선 차들과 강 주변을 에워싼 건물들의 불빛 행렬을 우리 집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수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한강뷰는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비사업으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접 아파트의 한강뷰를 가리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인접 아파트 주민들은 한강뷰를 가리지 않는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조합은 관계 법령을 준수하였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타인의 재산권 행사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버틴다.

인접 아파트 주민들은 건축심의위원에게 민원을 넣거나 한강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 공사중지가처분 등을 제기하여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한다.

한강조망이익이 법적 권리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조망이익이 사실상의 것을 넘어 특별한 생활이익으로서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 대법원은 한강조망이익이 법적 권리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매우 까다로운 요건을 제시한다. “특정 장소가 그 장소로부터 외부를 조망함에 있어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와 같은 조망이익의 향유를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그 장소에 건물이 건축된 경우와 같이 당해 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이익이 사회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법적인 보호대상이 된다” 고 본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좀 더 의미를 알기 쉽다. 한강조망권에 관한 리딩케이스는 ‘리바뷰아파트’ 사례로, 10층 리바뷰아파트와 한강 사이에 5층 외인아파트가 존재했는데 외인아파트 소유자들이 기존 건물을 헐고 19 ~ 25층 아파트를 신축하자 리바뷰아파트 소유자들이 한강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대법원은, “5층짜리 아파트 뒤에 그보다 높은 10층짜리 건물을 세움으로써 한강조망을 확보한 경우와 같이 보통의 지역에 인공적으로 특별한 시설을 갖춤으로써 누릴 수 있게 된 조망이익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보았다. 리바뷰아파트의 한강조망은 “타인의 토지를 통한 조망” 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강은 아니지만, 남산공원 조망권이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고의 주택은 주거용일 뿐이므로, 경승지나 휴양지에 위치한 영업용 건물이나 휴양시설과 같이 특별히 조망이익의 향유를 목적으로 건축되고 그 경관이나 조망이 객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등의 장소적 특수성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아파트에서 보이는 남산공원 조망이익이 법적인 보호가치를 가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 관문을 통과하여 ‘한강조망권’이 인정되었더라도 조합의 건물 신축이 언제나 위법한 것은 아니고, 건물 신축으로 인한 한강조망권 침해가 수인한도를 넘은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수인한도를 넘었는지는 피해 정도, 피해이익의 성질, 그에 대한 사회적 평가, 가해건물의 용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가해방지 및 피해회피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데, 신축되는 건물이 국토계획법 용도지역에 부합하고 건축관련 법령을 모두 준수한 것이라면 이는 사유지에서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강조망권자가 그 제한을 수인해야 한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이 한강조망권 침해를 이렇듯 까다롭게 판단하고 있다보니 현재까지는 한강조망권에 대한 침해가 인정되어 조합의 아파트 신축공사가 중단되거나 조합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없다. 그러니 인접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나 소송을 너무 두려워 마시기를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