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그래픽=홍영주 기자]

최근 재건축과 리모델링시장에 ‘통합’ 열풍이 불고 있다.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기존 용적률, 연한 등에 따라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유리한 ‘사업유형’을 택한 개별 단지들이 모여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통합 재건축·리모델링은 대단지 조성에 따른 랜드마크 건립, 관리비 절감 등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는 정부의 용적률 완화 방침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연한 30년을 채운 곳들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분당의 경우 삼성한신·한양 등 4개 단지, 일산은 강촌마을1·2단지 등 7개 단지가 대표적이다. 지은 지 15년을 경과해야 추진이 가능한 리모델링에서도 통합 움직임이 늘고 있다.

서울에서는 동작구 사당동 ‘우·극·신’으로 불리는 우성2·3차, 극동, 신동아4차아파트의 통합 리모델링이 주목 받고 있다. 영등포구 문래동 현대1~3차 등 7곳도 서로 손을 잡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모두 사업성 향상, 대단지 단일 브랜드 적용 및 홍보효과 등을 목적에 둔 ‘이해관계’가 맞아 통합 재건축·리모델링에 나선 상황이다.

 

▲1기 신도시 통합 재건축 바람 확산… 분당의 경우 삼성한신·한양·현대·우성 등 4곳, 일산은 강촌마을1·2단지 및 백마마을1·2단지가 대표적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통합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당초 이 일대는 지은 지 15년이 경과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지자체의 시범사업 추진에 힘입어 리모델링이 활성화된 지역으로 평가 받았다. 현재는 지은 지 30년이 경과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통합 재건축에 시동을 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삼성한신 아파트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삼성한신 아파트 전경 [사진=이호준 기자]

대표적인 단지는 삼성한신과 한양, 우성, 현대아파트 등 4곳이다. 4개 단지는 과거 1기 신도시를 조성할 때 가장 먼저 아파트가 들어선 곳들로, 분당에서 통합 재건축 추진에 나선 첫 사례로 꼽힌다.

이 단지들의 공통점은 재건축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유형이라는 점이다. 주변 단지들이 한창 리모델링을 추진할 때에도 별 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연한 30년을 채운 시점에서 곧바로 재건축 추진에 시동을 건 이유이기도 하다.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기존 건립 당시 PC공법을 적용한 탓이다. PC공법은 철근 기둥과 보, 슬래브, 벽 등 아파트 구조물을 미리 만든 후 현장에서 조립만 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 1980~1990년대 주택난 해결을 위한 일환으로 빠른 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판단과 함께 도입됐다. 기존 철근을 유지해야하는 리모델링 특성상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현재 이 단지들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발족한 상태로, 향후 주민홍보 등을 통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제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가구수가 7,769가구로, 재건축 완료 후에는 1만가구 이상의 대단지 건립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일산에서도 주변 단지와 함께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먼저 통합 재건축 추진에 나선 단지는 강촌마을1·2단지와 백마마을1·2단지 등 4곳이다.

이 단지들은 올초 통합 재건축 추진을 위한 논의를 거쳐 지난 1일 추진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강촌마을1단지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강촌마을1단지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백마마을1단지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백마마을1단지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이 가운데 강촌마을1·2단지의 경우 1,328가구 규모로 지난 1993년 준공됐다. 백마마을1·2단지는 1,578가구 규모로 각각 1992년과 1993년에 지어졌다. 각 단지별로 이미 재건축 연한 30년을 채웠거나 임박한 것이다.

통합 재건축으로 4,680가구가 넘는 대단지 건립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용적률 300%를 적용한다는 가정 하에 강촌1·2단지가 2,143가구, 백마1·2단지는 2,541가구 건립이 가능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총 4,684가구 대단지 규모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조만간 재건축 주민설명회를 거쳐 안전진단, 동의서 징구, 조합설립 등을 위한 제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동작구 사당동 우성2·3차·극동·신동아4차아파트의 통합 리모델링 조감도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동작구 사당동 우성2·3차·극동·신동아4차아파트의 통합 리모델링 조감도 [사진=한국주택경제신문DB]

▲리모델링도 대규모 몸집 키우기 나서… 통합 리모델링 대표주자 사당 ‘우·극·신’의 경우 조합설립인가에 속도, 문래동5·6가 일대 현대1~3차 등 7곳도 함께 추진

리모델링도 통합 추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동작구 사당동 우성2·3차·극동·신동아4차아파트의 통합 리모델링을 통한 대단지 건립 기대감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단지들은 우성2·3차와 극동아파트, 신동아4차아파트 등 2곳에서 각각의 추진위가 구성돼 함께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각 단지별로 사업 속도를 맞춰 단일 시공자 선정을 통한 동일한 브랜드 적용을 목표로 두고 있다.

사업 속도가 빠른 단지는 우성2·3차와 극동아파트로,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법정 동의율 약 66.7%를 충족했다. 이르면 10월 중 창립총회 개최가 예상되고 있다. 바로 옆 극동아파트도 동의율 50%를 넘기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단지들은 기존 4,390여가구 규모로, 통합 리모델링 완료 후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단지 규모가 상당하고, 조합설립인가가 가시화되면서 벌써부터 시공권을 향한 건설사들의 관심이 상당하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시공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법정 동의율은 충족했지만,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만큼 단지 내 토지등소유자들의 숫자도 많아 일부 보완해야 서류가 남아 있다”며 “10월 중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난 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등 제반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문래동에서도 대단지 건립을 목표로 두고 있는 통합 리모델링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문래동 5·6가 일대에 위치한 현대1~3차, 5~6차, 대원칸타빌, 두산위브 등 7개 단지가 대표적이다.

이중 현대3차의 경우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법정 동의율을 충족하면서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르다. 추진위가 확보한 동의율은 약 67%로, 내달 중 창립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나머지 6개 단지 역시 동의율 50% 이상을 확보하면서 올 하반기 조합설립인가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개략적인 사업계획에 따르면 7개 단지는 현재 1,973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앞으로 수평·별동증축을 동반한 리모델링을 통해 2,200여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개별단지 모여 대단지 조성, 브랜드 홍보·커뮤니티시설 공유·관리비 절감 등 장점… 토지등소유자 많아 주민 이견차로 동의율 충족 속도는 더딜 수도

통합 재건축·리모델링 추진 사례가 늘면서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먼저 각 개별 단지들이 모여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만큼 대단지 조성에 따른 랜드마크 건립이 가능하다. 단일 브랜드를 적용할 경우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대단지 건립에 따른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에 통합 재건축·리모델링 시공권을 향한 관심이 높다.

단지 내 카페와 도서관, 골프장, 헬스장, 수영장 등 입주민 선호도가 높은 커뮤니티시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인근 단지와 통합 사업을 추진하면 각 개별 단지별로 커뮤니티시설 건립을 위해 별도의 부지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일반분양분을 늘려 조합원 분담금을 절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입주민이 많으면 분담해야 하는 공용 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통합 재건축·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이유다.

다만, 사업 출발선에 서기 전까지 동의율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어려움도 있다. 단지 내 토지등소유자가 많을수록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한 각각의 이견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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