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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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가 조합의 임원은 조합원이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법령해석을 내려 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거주기간이나 소유기간을 충족하면 조합원에 해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법제처의 판단이다. 정비구역 내 거주하고 있다면 정비사업과 무관한 사람도 조합임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인 만큼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률전문가들도 법제처가 법령 자구해석만으로 판단해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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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법령상 조합임원 자격으로 거주·소유기간만 명시… 조합원에 해당할 필요 없어

법제처가 조합원이 아니어도 조합임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도시정비법에서 정하고 있는 임원의 자격요건 규정 때문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은 조합장 1명과 이사, 감사를 임원으로 두어야 한다. 또 임원의 요건으로 정비구역 내 선임일 직전 3년 동안 1년 이상 거주하거나, 정비구역 내 건축물·토지를 5년 이상 소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법제처는 앞선 임원의 요건을 충족하면 임원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조합원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아가 조합 내부에서의 자체적인 견제기능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아닌 사람도 임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입법취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법제처는 대의원회의 의장인 조합장은 조합원 중에서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도시정비법상 대의원회의는 조합원으로 구성한다는 명문 규정이 있기 때문에 조합장은 조합원이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법제처는 조합장이 대의원회의 의장이 되는 경우에는 대의원으로 보도록 하는 별도의 규정이 있기 때문에 조합원에 해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법률전문가 “조합임원 요건은 조합원을 전제로 규정… 구역 내 거주자라면 세입자도 조합장 가능하다는 해석”

법제처의 이번 해석에 대해 다수의 법률전문가들은 ‘해석오류’로 보고 있다. 법령상 조합은 조합원으로 구성된 조직인 만큼 임원 역시 조합원을 전제로 관련 규정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단순히 ‘조합임원=조합원’이라는 명문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3자가 조합임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은 자구해석에 치우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조운의 박일규 대표변호사는 “법령의 취지나 체계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1차원적으로 법령 규정만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합임원 요건은 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을 전제로 구역 상황이나 주민들에 대한 이해도를 요구하는 조건을 달았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제처의 해석을 극단적으로 확장하면 거주요건을 충족한 세입자도 조합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세입자가 조합장으로 당선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세입자가 과연 정비사업을 제대로 추진할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조합임원의 구체적인 사항을 담고 있는 조합정관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03년 배포한 재개발 표준정관에 따르면 조합임원은 총회 동의를 받아 조합원 중에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건축 표준정관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표준정관상 조합원의 권리·의무에도 임원의 선임권과 피선임권을 명시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대표변호사는 “도시정비법에는 조합임원의 선출방법 등을 정관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며 “표준정관에서도 조합임원을 조합원 중에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법제처가 이 같은 해석을 내렸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반발하고 있다. 법제처가 자구 해석에만 매몰되어 일선 현장에 혼란만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이번 법제처의 법령해석대로라면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전 재산을 출자한 조합원으로 구성된 조합의 대표를 제3자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이나 조합정관 규정을 제대로 보기만 했더라도 이런 해석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법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일반인들은 공식답변이라는 신뢰성을 가지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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