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소재=재개발·재건축 추진위원회나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동의서 등 징구하기 위해서 아파트 단지 내 우편물 보관함에 동의서 양식을 넣어두거나 보관함 등을 설치해서 동의서 징구 등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반대하는 일부 소유주들이 위 우편함에 있는 동의서 양식을 임의로 회수하거나 동의서 징구 위한 보관함 등을 폐기하는 등 사업 방해 행위 등을 하는 경우가 있는 바, 이에 대한 하급심 판결례 등을 통해서 업무방해죄, 절도죄 성부 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2. 관련 판례=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입주민들로부터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한 관리규약 동의서를 받기 위해 승강기 내부 벽면에 부착해 놓은 관리규약 동의서 제출함을 위 아파트 입주민인 피고인들이 임의로 떼어 내어 미리 준비한 쇼핑백에 넣어 가지고 간 사안에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피고인은 일시에 아파트 3개 동에서 총 다섯 개의 동의서 제출함을 떼어냈고 그 후 피해자로부터 반환요구를 받은 다음에야 비로소 이를 반환했다.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유형력을 행사하여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피해자의 관리규약 동의서 취합 업무를 현저히 곤란하게 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 할 것이고(대법원 2017.5.30. 선고 2016도2155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방해한 내용이 피해자가 오랜 기간 수행해 온 업무의 한 수단이라거나 피해자가 이후 업무를 완수하기에 이르렀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또한 피해자가 설치한 동의서 제출함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거나 이로써 입주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이를 설치해 수행하는 업무가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까지 할 수 없다. 피고인이 동의서 제출함을 설치한 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다음 그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하고 개선사항을 건의하는 등의 적법한 수단을 강구할 여유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위력에 의한 탈취라는 수단을 강행한 것은 정당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피고인들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0.6.3. 선고 2019고정874 판결 참조).

또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의 열교환기 및 현관문 교체 여부에 관한 동의서를 입주민들의 우편함에 넣어두었는데, 위 아파트의 입주민인 피고인들이 입주자대표회의가 진행하려고 하는 현관문 교체에 반대할 목적으로 위 동의서를 임의로 수거하여 위 동의서가 입주민들에게 도달되지 못하게 한 사안에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위 각 법리와 더불어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의서를 수거한 행위는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의서를 수거한 행위로 인하여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입주민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하는 물적 상태가 초래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피고인들의 위 행위가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다른 입주민들의 물리적인 저항 또는 방해 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동의서를 수거해 감으로써 입주자대표회의는 제때에 입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하였고, 이후 다시 입주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으므로, 피고인들의 위 행위로 인하여 업무방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여 피고인들의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1.4.15. 선고 2020고정756 판결 참조).

3. 결어=따라서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과 위 판례들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일부 입주민들이 추진위원회가 설치한 동의서 접수함을 숨기거나 빼돌리는 행위는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나아가 추진위원회가 설치해놓은 동의서 접수함과 그 안에 들어있는 입주민들의 동의서는 귀 추진위원회가 정비사업이나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위하여 설치 및 징구한 것으로서 추진위원회에 있어서는 소유권의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주관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 경제적 가치도 있다고 볼 것이므로, 절도죄의 객체가 되는 ‘재물’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형법상 절도죄의 보호법익과 관련 법리들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일부 입주민들이 추진위원회가 설치한 동의서 접수함을 숨기거나 빼돌리는 행위는 형법 제329조의 절도죄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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