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법제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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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이나 재난 등이 발생해 지정개발자가 긴급하게 재건축을 추진해야 하는 경우 재개발과 마찬가지로 수용·사용권이 부여된다. 그런데 수용·사용권이 인정되는 긴급한 재건축에도 매도청구가 가능할까?

최근 법제처가 수용·사용권이 부여되는 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자에게는 매도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령해석을 내놨다. 수용·사용권보다 완화된 형태인 매도청구권을 굳이 인정할 이유가 없는데다, 주민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재건축을 추진하는 만큼 미동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매도청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장·군수는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로 긴급하게 정비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직접, 또는 LH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 이때 사업시행자는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토지보상법에 따라 토지·물건 또는 기타 권리를 취득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문제는 재건축의 경우 재개발과 달리 매도청구권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난 등에 따른 긴급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수용·사용권에 더해 기존의 매도청구도 가능한지에 대해 해석상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먼저 도시정비법상 원칙적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재개발사업에는 수용·사용권한을, 재건축사업에는 매도청구권만 각각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환경개선·재개발의 경우 정비기반시설 등을 확충해 주거환경이나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인 만큼 공공성으로 인해 수용권이 있는 반면 재건축의 경우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약해 매도청구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재지변이나 재난 등 주민의 안전상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주거환경개선이나 재개발에 준하는 공공성이 인정되는 만큼 수용·사용권만 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더불어 매도청구의 경우 재건축의 조합설립이나 사업시행자 지정에 동의하지 않는 자를 대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군수가 지정개발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는 정비사업은 예외적인 방식으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요건을 두고 있지 않은 만큼 매도청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매도청구 절차를 따를 경우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 개별적인 매도청구소송과 명도소송 등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긴급히 재건축을 추진해야 하는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제처는 도시정비법에 따른 매도청구권은 긴급한 재건축의 사업시행자에게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령정비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심민규 기자 smk@ar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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